원-달러 환율이 시장 예상을 깨고 크게 하락해 1100원대에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브렉시트 등 시장에 남은 불확실성이 많은 만큼,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가 크게 심화되진 않을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서울외환시장에서 1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29일)보다 12.2원(1.09%) 내린 달러당 1108원에 마감됐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2%로 시장 기대(2.5%)에 미치지 못한 점이 달러 약세의 원인이 됐다. 미국 금리인상 시기가 더 지연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근거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일본은행이 시장 예상보다 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발표한 점도 엔화 강세와 달러 약세를 촉발한 요인 중 하나다. 애초 시장에서 예상한 원-달러 환율의 하단은 1120원이었다.
지난 6월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뒤 불안감으로 직전 1150원대에서 1180원대까지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곧 하락세로 전환됐다. 브렉시트가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자리잡으면서 미국이 금리인상을 뒤로 미룰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것이 달러 강세를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 또 브렉시트 직후의 불안감이 가라앉은 뒤 각 국이 완화적 통화정책 등 정책공조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고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브렉시트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신흥국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탔고, 위험자산에 속하는 한국 원화도 강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시장 기대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환율이 1100원선을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경원 엔에이치(NH)선물 연구원은 “서울외환시장 마감 직후 역외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106원대로 떨어졌다. 달러 가치 상승 재료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미국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달러 강세가 견고하게 유지될 조건은 아니라며 1100원선에서 환율이 지지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이 하반기에 대선을 치러야 해, 강달러를 촉발하는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운 것 같다. 2분기 미국 지디피가 예상을 하회하긴 했지만, 다른 지표들은 견조해서 달러가 추세적으로 약세가 될 요인은 없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1100원선이 2차 지지선”이라며 “1100원선이 무너지면 그동안 환율이 오를 것으로 본 사업체들이나 외국인의 기대가 무너지며 추가 하락을 부를 수 있다. 당국도 1100원선이 무너지지 않도록 관리에 힘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산업 측면에서는 올 초 중국발 금융위기로 환율이 123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110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변동성이 커짐과 동시에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하반기엔 브렉시트, 미국 금리인상, 이탈리아 은행부실 등 직접적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뇌관이 그대로 남아 있고, 미국 대선을 비롯해 각 국의 정치 이벤트도 많다. 올들어 환율은 주요 사건 당시에는 큰 폭의 오르내림을 보이며 변동성을 키웠지만, 뚜렷한 방향성이 나타나진 않았다. 신현수 한국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입장에서는 환율 자체보다, 추세를 짐작할 수 없기 때문에 받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 투자부터 가격책정까지 정책 결정에 어려움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