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으로 추락했다. 2분기에 일시적 차질을 빚었던 생산물량이 회복된 데다, 한때 가격이 배럴당 50달러까지 올라서자 증산 움직임도 나타난 탓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겨울 난방유 수요와 달러 강세 강도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지난해와 같은 폭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7월29일)보다 1.54달러(-3.7%) 하락한 배럴당 40.0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18일 배럴당 39.78달러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장중 한때 39.82달러에 거래돼 40달러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서부텍사스유는 지난 6월8일 배럴당 51.23달러까지 오른 뒤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올해 2월 배럴당 20달러대까지 폭락했던 유가가 상승 추세로 돌아선 데는 쿠웨이트 석유노조 파업, 베네수엘라 국가비상사태, 리비아 원유 수출항 폐쇄, 나이지리아 반군의 석유생산시설 공격 등 산유국들의 일시적 감산이 한몫했다. 석유생산국기구(오펙)의 감산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하반기에 이들 국가의 생산 차질 요인이 해소되면 공급과잉 우려가 다시 대두될 것은 예상됐던 바다. 실제로 6월 오펙 회원국들의 ‘예상치 못한 공급 차질 물량’은 5월 대비 28만배럴 감소한 하루 229만배럴이었다.
폭락했던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회복되자, 증산 움직임도 나타났다. 원유정보제공업체 베이커 휴즈는 미국 석유회사들의 채굴장비 수가 최근 8주 동안 55개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3주간 미국의 산유량은 하루 87만배럴 증가했다. <로이터>는 지난달 오펙 회원국들의 일평균 산유량이 전달보다 10만배럴 증가한 3341만배럴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지난달 31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장점유율 제고를 목적으로 아시아 지역 판매가를 배럴당 1.3달러 낮췄다. 사우디는 6월에는 유럽 수출가를 인하했다. 유가가 어느 정도 회복되자 산유국들이 앞다퉈 공급을 늘리며 단기 이익을 챙기는 모양새다.
재고도 늘고 있다. 자동차 운행이 많은 6~8월(드라이빙 시즌)에도 미국 휘발유 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7월22일 기준 미국 휘발유 재고는 전년 대비 11.8% 증가한 2억4100만배럴을 기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가가 폭락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올 겨울은 라니냐로 인해 추위가 심할 것으로 예상돼 난방유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엘니뇨로 따뜻한 겨울이 지속돼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증산은 하지 않겠다고 지난 6월 오펙 회의에서 밝힘에 따라, 최소한의 ‘공급 속도 조절’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황병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뒤 각 국이 경기 부양책을 모색 중인 가운데 미국도 신중한 금리 인상 입장을 취해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기 어렵고, 오펙 회원국들의 고질적 정치 불안으로 공급 개선이 시장 우려만큼 가속도를 내기 힘들다. 올해 평균 유가 전망치는 배럴당 44달러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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