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원-달러 환율 1095.4원…14개월 만에 1100원선 밑돌아
브렉시트 뒤 미국 금리인상 미뤄질 것 기대되며
한국 증시 외국인 투자 늘어 원화 수요 ‘날개’
코스피는 연일 상승하고 환율은 연일 하락
다음 지지선 1080~1090원대 예상
브렉시트 뒤 미국 금리인상 미뤄질 것 기대되며
한국 증시 외국인 투자 늘어 원화 수요 ‘날개’
코스피는 연일 상승하고 환율은 연일 하락
다음 지지선 1080~1090원대 예상
원-달러 환율이 1년2개월 만에 1100원선 밑으로 떨어졌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결 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늦출 거라는 기대가 시장에 퍼지며 달러 강세가 주춤한데다, 한국 주식시장으로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물밀듯 들어온 영향으로 보인다.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7원 떨어진 달러당 1095.4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3.65원 하락한 1102.45원에서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장중 낙폭을 키워 오전 10시6분께부터 1100원선을 이탈했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100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 6월22일(1098.8원) 이후 처음이다.
전날 미국의 2분기 비농업부문 생산성이 3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내어 달러 약세를 부추긴 게 원-달러 환율 급락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말 브렉시트 가결 뒤 잠시 급등했다가 대내외 요인이 겹치며 하락세(원화 강세)로 돌아섰다. 대외적으론 브렉시트가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을 자극해 미국이 금리 인상을 뒤로 미룰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며 달러 강세가 주춤해졌다. 또 브렉시트 대응을 위해 각국 정부가 유동성을 확대하리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신흥국 시장으로 돈이 몰렸다. 한국 주식시장은 신흥국 증시로 분류되는데다 대내적으로 2분기 기업 실적 호전까지 겹쳐 외국인 자금을 불러들였다. 외국인들은 7월7일부터 8월10일까지 하루만 빼놓고 코스피주식을 연속 순매수했다. 금융감독원 집계를 보면, 7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에 순투자한 금액은 4조1000억원으로, 6월 순투자금액 4660억원에 비해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덕분에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연일 고쳐 쓰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가 늘면 원화 수요가 늘어나 원화 강세 요인이 된다.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 1100원선 안팎에서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이 환차익을 실현하며 빠져나갈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8일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상향조정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오히려 더 들어오는 모양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3084억원가량 주식을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상승세로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할 수는 있겠지만, 1080~1090원대에서는 지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경원 엔에이치(NH)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 랠리가 계속되는데다,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가 만장일치로 동결될 경우 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할 경우 당국에서 시장 개입을 통해 하단을 지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원화 강세는 국내 수출기업의 수익성에 일차적 충격을 주겠지만, 현재 환율 수준에서 국내 경제 전반에 대한 타격을 예단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엔 일정 부분 악재로 작용하지만, 내수 구매력을 높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에 내놓은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하고, 내수의 순성장 기여도는 2.4%포인트이고, 수출 기여도는 0.3%포인트로 내다봤다. 수출보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더 크다는 얘기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이 1130원 수준이었고 올해 평균은 1170원 수준으로 현재 환율 추세가 (수출 실적의) 큰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또 국내 소비자나 수입 업체 처지에서 보면 가격 부담이 덜어지는 효과가 있어 환율 하락으로 말미암은 경제 효과를 어느 한 방향으로 진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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