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뒤 “가계부채는 일정 부분 저금리 탓”
기준금리 1.25% 동결…추경·6월 인하 효과 관망
추가 인하에는 신중론 속 가능성 열어둬
기준금리 1.25% 동결…추경·6월 인하 효과 관망
추가 인하에는 신중론 속 가능성 열어둬
“정부 당국으로서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서 (중략) 여러 가지 조치를 내놨다. 요지는 대출심사를 좀더 엄격히 까다롭게 하자는 것인데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중략) 어떤 조치가 더 강구되어야 될지는 앞으로 정부 당국과 협의를 하다 보면 거기서 자연히 논의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특히 정부 감독당국에서 상당히 유의 깊게 보고 있으며 관계부처 간 협의 중에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필요하면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한은 금통위가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1.25% 현 수준으로 동결한 데는 저금리가 견인하는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 역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지난 6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가계대출이 예년보다 빠른 증가세를 지속하고, 금융안정 측면에서 리스크(위험) 증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유의하고 있다”며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난 것은 저금리에 일정 부분 기인한다”고 인정했다.
전날 한은이 발표한 ‘7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주담대 잔액이 506조6000억원으로 전월보다 5조8000억원 늘어나 예년 수준의 3배를 웃도는 등 가계대출 증가세가 만만찮다. 정부는 시중 은행의 주담대에서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방향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올해 2월 수도권에 이어 5월 전국으로 확대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공식 기자간담회 직후 일부 기자들과의 대화에서도 이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기대와 달리 꺾이지 않고 있다고 인식하는 건 사실”이라며 “한은뿐 아니라 감독 당국도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6월 기준금리가 1년 만에 0.25%포인트 인하된 이후로도 시장에선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상당하다. 하지만 한은 금통위는 7~8월 통화정책방향 정례회의에서 두 차례 연속 ‘1.25% 동결’을 결정했다. 이는 초저금리로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데 대한 경계감을 시사하는 한편으로, 6월 기준금리 인하와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의 집행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좀더 지켜보려는 통화당국의 의도로 읽힌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에 가까이 간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우리의 정책대응 여력이 소진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해 신중론을 폈으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은 셈이다. 최근 공개된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선 한 위원이 “이번엔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교보증권 백윤민 책임연구원은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데다 한은의 예상보다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며 “다만 추경과 6월 금리 인하 효과 등을 지켜보고 9월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결정 방향이 정해진 이후에야 한은이 인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기준금리 동결 직후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093.2원까지 떨어져 원화 강세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이주열 총재가 “단기투자자금에 의한 (환율) 쏠림은 현재로서는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이 있는지는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해, 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퍼지며 전날 종가보다 4.1원 오른 1099.5원에 마감됐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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