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이어 롯데·한화 등 2~11% 올려
손보사들 “손해율 높아 인상 불가피”
이용자 10명 중 4명이 사회 취약층
“배려 대상인데 형평 어긋나” 비판에
보험사 “손해 떠넘기는 건 불합리”
손보사들 “손해율 높아 인상 불가피”
이용자 10명 중 4명이 사회 취약층
“배려 대상인데 형평 어긋나” 비판에
보험사 “손해 떠넘기는 건 불합리”
손해보험업계가 “사업용 차량이 많아서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로 엘피지(LPG·액화석유가스) 차량에 대해 잇단 보험료 인상에 나서고 있다. 손보업계는 ‘연료별 보험료 차등제’를 실시하는 게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관리에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엘피지 차량은 장애인·국가유공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이용 비중이 10대 가운데 4대꼴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24일 손보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22일부터 엘피지 차량에 대해 보험료를 평균 4.0% 인상했다. 반면 휘발유(가솔린)와 경유(디젤)차량에 대해서는 각각 0.5%,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해서는 0.1% 보험료를 인하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6월 케이비(KB)손해보험이 엘피지 차량의 보험료를 평균 11% 올리고, 휘발유·경유·하이브리드 차량은 1%씩 인하했으며, 7월 중순에는 롯데손보가 엘피지 차량 보험료를 2.2% 올리고 휘발유는 0.7% 인하한 바 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엘피지는 연료값이 싸다보니 운행량이 많은 영업용 차량이 많고 사고율이 높아 휘발유와 경유차에 견줘 손해율이 높다”며 “휘발유와 경유차의 보험료를 걷어 엘피지차에 혜택을 주는 구조를 바꾸려면 보험료를 차등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엘피지차 인상폭이 높은 것에 견줘 휘발유와 경유차의 인하폭이 작지만, 실제로 휘발유와 경유차 사용자가 가입자의 80~90%에 이르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 사람이 훨씬 많다. 보험사가 이득을 보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보험개발원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휘발유 차량의 손해율은 79.2%로 가장 낮았고, 엘피지 차량은 83.5%로 손해율이 휘발유보다 4.3%나 더 높았다. 경유의 손해율은 81.9%, 하이브리드는 92.7%나 됐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서 받은 보험료 가운데 사고 발생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손해율이 높을수록 보험사의 수익성은 악화된다.
하지만 엘피지 차량은 영업용 외에도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의 이용 비중이 높아 손보사들의 잇단 보험료 인상으로 사회적 배려를 받아야 할 취약계층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 등의 통계를 보면, 2013년 기준으로 엘피지 차량 240만대 가운데 장애인·국가유공자 등이 이용하는 차량은 92만대(38%)나 된다.
금융소비자연맹 이기욱 사무처장은 “손해율은 연료의 영향보다는 개인의 운전습관, 연령, 차종 등의 영향이 훨씬 큼에도 엘피지 차량을 이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특히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할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를 되레 차별하는 결과를 낳게 돼 사회적 형평성 차원에서도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롯데손보 관계자는 “장애인 차량이라고 해도 꼭 장애인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비중도 높다”며 “또한 장애인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엘피지 차량의 손해를 다른 가입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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