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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정부 ‘가계 빚과의 전쟁’ 패배…‘풍선효과’ 현실로

등록 2016-08-25 16:36수정 2016-08-25 21:13

집단대출 등 주택담보대출 영향 1257조원 사상 최고치
제2금융권 대출 증가폭 사상 최대…“부채의 질도 하락”
“정부가 ‘가계 빚과의 전쟁’에서 패배했다.”

우리 경제의 치명적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가 올 2분기(4~6월) 들어 급증세로 돌아서면서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자 한 전문가가 내놓은 평가다. 정부가 올 들어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할 때 빚상환 능력을 깐깐하게 보는 내용을 뼈대로 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등 총력을 기울였지만, 가계부채의 급증 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한 마디로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중 가계신용 잔액(잠정치)’을 보면, 6월 말 기준으로 가계신용(가계부채)이 총 1257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한은이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치를 또다시 갈아치운 셈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이나 보험, 상호금융 등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뿐 아니라, 대금 납부 전 신용카드 사용액과 할부금융 등 판매신용까지 합친 금액으로, 가계가 짊어진 빚의 총 규모를 보여주는 통계다.

가계부채의 총 액수보다 더 심각한 것은 증가폭이다. 부동산 비수기였던 지난 1분기 다소 꺾였던 가계부채 증가세는 2분기 들어 급증세로 돌아섰다. 지난 4~6월 늘어난 가계부채 증가액(33조6000억원)은 지난 1분기 증가액(20조6000억원)을 크게 앞질렀을 뿐 아니라, 부동산 열기가 한껏 달아올랐던 지난해 4분기 증가액 38조2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수준이다.

이처럼 2분기 가계부채가 급증한 주된 원인은 저금리 영향과 부동산 시장 열기로 주담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주택금융공사 대출분을 모두 포함한 2분기 주담대 증가액은 19조원으로 전체 가계부채 증가액의 60%에 육박한다.

게다가 올 상반기 핵심 가계부채 대책이었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집중적으로 적용된 은행 주담대의 2분기 증가 추이는 이 대책의 ‘약발’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은행 주담대는 2분기에만 13조원이 늘어나 42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3·4분기 은행 주담대 증가액이 각각 11조5000억원, 18조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만만찮은 증가세를 보여준다. 올해 1분기 증가액이 5조40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잠시 꺾이는 듯했다가 다시 치솟고 있는 셈이다. 분양시장의 열기가 식지 않으면서, 중도금·잔금 대출을 이르는 ‘집단대출’이 주담대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권 집단대출은 2012∼2014년 상반기에 평균 1조원씩 줄었고, 지난해 상반기에도 1조5000억원이 감소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11조9000억원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풍선효과’만 부채질하면서 ‘빚의 질’마저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심사 강화로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렵게 된 가계가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으로 몰리면서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폭증했다. 2분기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증가액은 전 분기 대비 10조4000억원이 늘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상용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은행권에서 대출 기준을 강화하면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2금융권 쪽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보험·증권·카드 등 기타 금융기관의 가계대출도 5조1000억원 늘어 338조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분할상환·고정금리 중심의 대출이 정착되고 있고 여신심사 강화 영향으로 증가세도 앞으로 둔화될 것”이라며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이미 위험수위에 다다랐고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이미 145.6%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며, 이를 개인금융부채로 환원해 계산하면 170%를 넘는 수준”이라며 “이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모두 빚을 갚는 데 쓰더라도 빚의 45.6%가 남는다는 뜻이다.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속도를 가처분소득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더구나 주담대 가운데 집단대출은 향후 2~3년간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가계 빚은 상당 기간 동안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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