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925억→지난해 2706억
건강보험 비급여에 수가도 높아
1인당 51만원…일반 의원의 4배
한의사 증가 따라 생존경쟁 치열
“교통사고 전문” 경쟁적 유치 나서
한방진료비 심사 기준 마련 시급
건강보험 비급여에 수가도 높아
1인당 51만원…일반 의원의 4배
한의사 증가 따라 생존경쟁 치열
“교통사고 전문” 경쟁적 유치 나서
한방진료비 심사 기준 마련 시급
지난 3월 차량 신호 대기 중 가벼운 접촉사고를 당한 김아무개(48)씨는 한방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로부터 추나 요법과 침, 한약 처방 등을 권유 받았다. 사고 이후 김씨는 두 달 동안 30차례 넘는 통원 치료를 받았고, 치료비로 390여만원이 나왔다. 치료비는 가해차량의 보험으로 해결했다. 김씨는 “비록 경미한 사고지만 후유증이 걱정됐고, 의사가 권유한 치료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에서 한방 진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특성상 본인의 치료비 부담이 없는데다 고가의 비급여 치료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교통사고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한다는 한의원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결국 과도한 한방 치료비가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 보험개발원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1조1083억6284만원으로 2014년(9965억9146만원)에 견줘 11.21%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한방진료비는 2706억6319만원으로 2014년(1925억3612만원)에 견줘 40.57%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진료비 가운데 한방 진료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3년 15.1%에서 2014년 19.3%, 지난해에는 24.4%로 크게 증가했다.
이렇게 자동차보험의 한방 진료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양방 병원에 견줘 한방 병원의 진료비가 월등히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3년 7월부터 자동차보험 심사를 위탁 수행하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의원의 1인당 통원 진료비는 51만4279원으로 양방 대학병원(32만2436만원)의 1.6배에 달했다. 의원급 양방 병원(12만2089원)과 비교하면 무려 4.2배에 이른다. 평균 통원일수도 양방 의원이 5.8일인데 견줘 한의원은 9.9일로 1.7배나 길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방 의료기관은 고액의 비급여 치료를 많이 하는데, 도인운동요법(도수치료) 같이 의학적 치료인지 아닌지 경계가 모호한 치료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의료기관이 임의로 수가를 청구하는 바람에 치료비도 병원마다 편차가 너무 심하다. 이대로 가다간 제2의 실손 보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방물리요법으로 불리는 수기요법의 경우, 수가가 최소 4500원에서 최대 7만5000원으로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에서 양방의 경우 전체 진료비 중 비급여가 3% 이하지만, 한방은 절반 가까운 49% 정도가 비급여인 것으로 심평원은 집계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한의사 증가로 인한 과당 경쟁 역시 한방 진료비 증가의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 1분기 1만5663명이던 한의사는 올해 2분기 1만9616명으로 25.2%나 늘었다. 이 때문에 소규모 동네 한의원에서는 ‘자동차 사고 치료 보험적용 100% 가능’ 등의 문구를 내걸고 경쟁적으로 환자를 유치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한방 비급여 진료에 대한 구체적 심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월 심평원이 발표한 ‘자동차보험 심사위탁 효과 분석’ 보고서 역시 “건강보험 기준 비급여 한방진료비 심사 기준인 ‘한방 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또 수가가 정해져 있지 않은 한방진료비를 심평원이 정할 수 있도록 관련 고시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선희 기자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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