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부동산 비수기로 폭염이 극심했던 8월에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8조7000억원이나 늘어 증가폭이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월간 증가폭으로는 지난해 10월(9조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은 것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집단대출 소득 확인 강화 등 추가적인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았지만, 폭주하는 가계대출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지 불안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16년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4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8조7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이나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잔액이 512조7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에 6조2000억원이나 늘었다. 이는 7월 증가폭(5조7천억)보다 5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12월(6조2000억원)이후 최대치다. 한은 관계자는 “서울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6월 1만2000호에서 7월 1만4000호, 지난달 1만2000호다. 주택거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주담대도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폭염이 극성인 8월은 부동산 비수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서울 강남의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열기가 달아 올랐다. 지난달 주담대 증가액이 예년 8월 평균(2조2000억)의 3배에 육박하는 것이 이런 상황을 보여준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기타대출 역시 168조9000억원으로 2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이 증가폭은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을 위한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속출했던 지난 2010년 5월(2조7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한은 시장총괄팀 관계자는 “보통 마이너스 대출은 주거나 생계용 대출로 보는데, 8월엔 여름 휴가철 휴가비 마련을 위한 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듯 하다”고 분석했다. 이자가 높은 마이너스 대출은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된다는 점에서 가계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은 올해 들어 이미 7조6000억원이 늘면서 지난해 연간 증가액(8조원)에 거의 육박한 상황이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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