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비수기인 8월 가계대출 역대 두번째인 8.7조원 증가
미 금리 인상 여부 불투명해 선제적 금리 인하 어려움 가중
저물가·소비감소 등 경기하방 압력으로 연내 인하 가능성도
미 금리 인상 여부 불투명해 선제적 금리 인하 어려움 가중
저물가·소비감소 등 경기하방 압력으로 연내 인하 가능성도
한국은행은 9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25%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내린 뒤 11개월째 동결하다 지난 6월 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하한 바 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6월 이후 4개월째 1.25%로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저금리 장기화로 인해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상황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지난달에 이어 주택담보대출이 견인하는 가계대출의 증가세는 여전하다. 지난 8일 한은이 발표한 ‘2016년 8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증가액은 8조7000억원으로,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지난해 10월 증가액(9조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전통적인 부동산 비수기인데다 폭염이 극심했음에도 주택담보대출도 한 달간 6조2000억원이 늘어 8월 중 가장 증가폭이 컸다.
지난 6월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증가폭이 대출금리의 하락과 함께 가속화됐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도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설명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가계부채 증가세가 기대와 달리 꺾이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한은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라며 그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도 한은이 선제적 금리 인하를 할 수 없게 만든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번 달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를 두고 시장은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달 26일 잭슨홀 미팅에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이 연이어 금리인상을 시사했지만 이후 속속 발표된 8월의 미국 경제지표는 이런 발언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고용지표에 이어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고, 실업률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은이 올해 안에 한 차례 정도 더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7월 산업생산이 전월에 비해 0.1% 감소하며 석 달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소비도 2.6% 감소해 2014년 9월(-3.7%)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이며 경기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 기조를 보이는 것도 문제다. 미 금리인상이 지연되면서 원화 강세가 계속되면 수출업체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1090.90원으로 마감하며 종가 기록으로 지난해 5월19일(1088.1원) 이후 1년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유선희 기자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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