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통화정책회의서 기준금리·자산매입 유지 결정
내년 3월 종료될 양적완화 연장에는 “12월에 결정”
점진적 테이퍼링 이행 놓고 시장 불확실성 계속될 듯
내년 3월 종료될 양적완화 연장에는 “12월에 결정”
점진적 테이퍼링 이행 놓고 시장 불확실성 계속될 듯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10월 통화정책회의 뒤 “급격한 채권 매입 중단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급격한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대한 우려는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는 시장의 해석이 분분하다. 내년 3월로 종료 일정이 잡혀 있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연장할 것인지에 대해 드라기 총재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20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는 현 수준인 0%로, 은행들의 중앙은행 예치금리는 -0.4%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월 800억유로(약 100조원) 규모의 자산매입도 현행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로존 경제는 완만하게 회복 중이며 물가상승률도 차츰 올라가고 있다”면서도 “해외 수요 감소로 유로존 성장 전망이 꺾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이 일단 통화완화 정책을 이어가기로 한 것은 오는 12월로 예상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테이퍼링에 나서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내년 3월 시작될 유럽연합(EU)과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에 앞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또 유로존 소비자물가가 소폭 오르고 있지만 아직 0.4%에 불과해 목표치 2%와는 큰 괴리가 있다.
드라기 총재는 유럽발 테이퍼링 한파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이번 회의에서 양적완화 연장 여부나 테이퍼링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면서도, 채권매입을 급격하게 중단하진 않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급격한 테이퍼링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진 않겠다고 말해 시장에 만연한 불안을 해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드라기 총재는 또 양적완화 프로그램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12월 결정이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지 보여줄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몇 주 내지 몇 달간의 통화정책 환경을 좌우할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또 “현재의 정책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시장에선 우려가 다소 줄어들었다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양적완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 해석이 엇갈린다. 한쪽에선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이라는 신호”(<월스트리트저널>)로 평가한 반면, 다른 쪽에서는 서서히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이란 의미에 가깝다고 해석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드라기 총재가 (통화완화에 회의적인) 독일이 분노할 위험을 감수하고 시장의 기대에 따라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연장할지 갈림길에 섰다”고 짚었다.
국내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의 이번 결정이 다소간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승원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불거진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는 단기적으로 완화되겠지만 아직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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