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카드사 3분기 순익 2.6%↑…카드론 26조나 늘어
은행·제2금융권 가계대출 옥죄기에 ‘카드론 풍선효과’
금융당국도 “카드사 금리 산정 체계 전면 점검” 계획
은행·제2금융권 가계대출 옥죄기에 ‘카드론 풍선효과’
금융당국도 “카드사 금리 산정 체계 전면 점검” 계획
직장인 송아무개(30)씨는 최근 월세 등 생활비가 모자라 카드론으로 2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은행권보다 금리가 높지만, 대출이 손쉬운데다 액수가 소액이라 카드론을 선택했다. 송씨는 “금리가 15~16% 선으로 높지만, 모바일 문자메시지 인증 방식으로 쉽사리 대출할 수 있어 급전이 필요할 땐 카드론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사들이 ‘편리성’을 내세워 최고 금리가 20%가 넘는 대출 상품인 카드론 마케팅을 확대하면서 카드론 취급 액수가 크게 늘고 있다. 앞서 신용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탓에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으나, 고금리 대출인 카드론이 급증해 이자수익이 늘면서 전체 카드사들의 순익은 3분기에 이르러 소폭 증가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8개 전업계 카드사의 올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5764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1조5737억원)보다 47억원(0.3%) 증가했다. 3분기 순익만 보면 528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5155억원)보다 133억원(2.58%) 늘었다. 카드사 실적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이는 카드론 이용 규모는 크게 늘었다. 별도 카드론 영업을 하지 않는 비씨카드사를 제외한 7개 전업계 카드사가 취급한 카드론의 3분기 말 현재 잔액은 25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말 23조5000억원에 견줘 10.6%(2조4000억원)나 늘어난 상태다.
카드사별로는 하나카드, 삼성카드, 비씨카드, 신한카드의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나카드는 올해 1~3분기 593억원의 순익을 올려 전년 동기(254억원)보다 이익이 두 배 넘게 불어나면서 가장 큰 실적 개선을 이뤘다. 하나카드는 3분기 말 현재 카드론 잔액이 전년 같은 시점보다 20.5%(2조2천억원) 늘어났는데, 이는 카드사들 가운데 잔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이다.
삼성카드(10.09%), 비씨카드(20.3%), 신한카드(2.04%)도 순익이 늘었다. 반면 업계 2위인 케이비(KB)국민카드는 순익이 17.37% 줄었고, 롯데카드도 19.94% 감소했다. 우리카드와 현대카드도 각각 8.16%, 5.88% 감소했다.
카드업계에선 올 1월에 단행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때문에 연간 6700억원의 손해가 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후 여신금융협회는 올해 상반기에 줄어든 수수료 수입만 4400억원이라고 밝혔다.
상반기만 해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감소했던 카드사 전체 실적이 3분기에 이르러 개선세로 돌아선 것은 카드 사용 액수 자체가 증가한데다 카드론에 따른 이자수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금리 장기화로 카드사의 조달비용은 크게 줄었지만 카드론 대출 금리는 적게 내려 이자수익 마진이 커졌다. 조달금리는 2~3%대에 불과하지만, 여신금융협회 누리집 공시자료 등을 통해 살펴본 전업계 카드사들의 카드론 대출금리는 9.15~13.19%(1~3등급 기준)에 달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에 이어 제2금융권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기로 하는 등 제도권 대출을 옥죄는 가운데,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카드론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와 함께 카드론도 늘고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달 중 카드사 금리 산정 체계를 전면 점검할 계획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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