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설계사·케이블TV 프로그램
수당 노리고 보험 리모델링 권유
해약시 손해·보장내역 잘 따져야
수당 노리고 보험 리모델링 권유
해약시 손해·보장내역 잘 따져야
10여년 전 종신보험에 가입한 뒤 담당 설계사가 퇴직하는 바람에 수년째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이른바 ‘고아보험’을 유지하고 있던 이아무개(38)씨는 얼마 전 새 설계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새로 배정된 담당 설계사는 “종신보험에 가입한 지 오래돼 ‘보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며 “기존 보험을 해약하고 새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했다. 그는 과거 상품의 단점을 꼬집으면서 새 상품의 장점만 줄줄이 늘어놓았다. 이씨는 “보험 구조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에게 이렇게 영업을 하면 설계사 말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정말 보험을 갈아타는 게 더 이득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입한 지 오래된 보험에 대해 ‘보험 재설계’, ‘보험 리모델링’ 등의 명목으로 일부 보험 설계사들이 이른바 ‘승환계약’을 권유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최근에는 케이블방송에서 보험 상담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방송하면서 상담을 미끼로 승환계약을 유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승환계약이란 기존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보험계약을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영업행위를 말한다. 가입자 동의 없이 승환계약을 하거나, 기존 계약의 손해 발생 가능성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은 명백한 보험업법 위반 행위다. 하지만 이런 부당한 일이 잦은 이유는 보험사와 보험 모집인들에게 승환계약이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 처지에서는 기존 보험을 해지했다가, 그간 냈던 원금에도 못 미치는 해약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 또 기존 상품 가입 초기에 수년간 지불한 사업비가 허사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설계사와 보험사는 각각 계약수당과 사업비를 한번 더 챙길 기회가 생기니 이익을 볼 수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설계사는 “과거 고금리 저축보험 상품에 가입한 사람에게 충분한 수익률이 나지 않으니 새 상품으로 갈아타라고 한다든지 과거 100% 보장하던 실손보험에 가입한 가입자에게 더 많은 보장을 담은 새 상품이 좋다고 갈아타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이 밖에 CI종신보험은 병에 걸리면 ‘중대질병’만 보장해 거의 보상을 받지 못하니 해약하는 게 낫다는 식으로 가입자를 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단속 등으로 예전보다는 잘못된 승환계약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보험 재테크 등을 미끼로 전화상담을 유도한 뒤 승환계약을 권유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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