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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물품값 떼먹은 바이어들 꼼짝마”

등록 2017-01-11 17:00수정 2017-01-11 22:15

수출 중소기업의 원군 ‘무역보험공사 국외채권팀’
기업에 보험금 우선 지급한 뒤
외국 바이어한테 대신 돈받아내
분쟁 당사국 문화·법률 각기 달라
사전조사 뒤 압박·협상 적절 배합
회수액 크게 늘어 지난해 1700억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 북카페에서 해외채권팀 김춘수 팀장(앞 줄 오른쪽)과 팀원들이 지구본을 앞에 두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신승아(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들은, 안희나, 최인한 팀원, 김 팀장, 오한나 팀원.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 북카페에서 해외채권팀 김춘수 팀장(앞 줄 오른쪽)과 팀원들이 지구본을 앞에 두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신승아(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들은, 안희나, 최인한 팀원, 김 팀장, 오한나 팀원.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빚을 졌으면 갚는 게 시장질서다. 구매자는 상품을 받고도 물품대금을 갚지 않았다. 자산을 빼돌린 뒤 껍데기 법인을 만들어 채무를 이전했다. 판매자에게 줬던 수표는 부도수표가 됐다. 판매자는 민사소송을 냈다. 그러나 사법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았다. 구매자는 현지에서 법적 조언을 받았다. 관할 법원이 어디인지 다투는 재판관할 소송에만 1년이 걸렸다. 민사소송이 3심까지 거치는 데 10년 안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상황에 처한 판매업자를 돕는 ‘착한 채권추심업자'들이 있다. 형용모순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대금을 못 받은 판매업자가 한국의 수출 중소기업이며 채권 추심 현장이 사법시스템이 미비한 개발도상국이라면 어떨까. <한겨레>가 10일 만난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국외보상채권부 국외채권팀을 ‘착한 글로벌 채권추심단'으로 불러도 틀린 표현 같지 않다.

무보는 수출입 지원을 위해 1992년 설립됐다. 대금을 못 받을 가능성 등 국외거래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위험을 막기 위해 수출입업체들을 상대로 무역보험상품을 운영한다. 국외채권팀 6명과 무보의 16개 해외지사 직원들이 협업한다. 무보 수출보험에 가입한 한국 기업이 만기에 대금을 못받는 일이 벌어지면 일단 무보가 보험금으로 대금을 지급한다. 그 뒤 외국 바이어한테 대신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국정감사 때마다 국외채권 회수율이 낮다고 질타를 받지만 글로벌 추심 업무의 특성상 수치 뒤에 알려지지 않은 어려움이 숨어있다. 10일 무보에서 만난 김춘수(50) 팀장은 “소송 등 법적 조치를 곧바로 취하는 것보다 그 나라 문화와 수입업자의 개별 사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과서적인 소송보다 영악한 협상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특히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 바이어를 상대로 한 추심에서 협상의 기술이 빛을 발한다. 중소기업청 통계를 보면, 2015년 중소기업(자산 5천억원 이하 등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의 총수출액은 962억2656만달러다. 이중 아시아 609억2039만달러, 중동 63억7834만달러, 중남미 42억121만달러, 아프리카 11억997만달러 등 개도국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개도국 사법시스템은 상대적으로 허술하다. 법령이 미비하거나, 소송에 긴 시간이 걸리거나, 판결이 나도 잘 집행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재판관할권을 정하는 데만 1년이 걸린 추심 사례는 김 팀장이 2010년 근무한 한 아시아 국가에서 실제로 겪은 일이다. 김 팀장은 “무보의 활동 목적은 수출이 지속되게 하는 것”이라며 “(대금 미납 때) 바이어가 일시적으로 자금 경색을 겪는 것인지 진짜 부도 맞을 기업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악의가 없을 땐 일단 대금의 10~20%를 보증금조로 받고 만기를 연장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보증금조차 내지 않는 악성 채무자에게는 강하게 나간다. 압박과 협상을 적절히 섞는다. 밑바닥 조사를 통해 수입업자의 숨겨놓은 자산을 파악한다. 이 정보를 가지고 다른 나라 수출입보험기관과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를 키우겠다는 식으로 압박할 때도 있다. 형사 고소도 동원한다. 김 팀장은 “그 나라 업계에 ‘한국 돈 떼먹어도 무사하더라'라는 인식이 생기면 안 된다”며 “말랑하게 보이면 안돼, 범의(범죄 의도)를 가진 바이어는 확실하게 응징한다”고 말했다.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가령 아랍권은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어 압박이 안 통하는 대신 존중을 표시하면 나중에라도 빚을 돌려받기 쉽단다. 김 팀장은 이처럼 외국에서 채권을 회수할 때의 주의점 등을 담은 ‘국가별 채권회수 매뉴얼’을 만들어 무보 내부에서 활용하게 하고 있다. 무보의 1992년 이후 채권 누적 회수율은 지난해 말 기준 33.4%이고, 지난해 회수액은 1682억원이다. 2015년(889억원)보다 회수액이 크게 늘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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