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초반 상장사 거의 절반이 선택지정제와 직권지정제 대상
감사인과 대기업 간 ‘절충점’을 회계투명성 높이는 ‘답’으로 찾은 정부
감사인과 대기업 간 ‘절충점’을 회계투명성 높이는 ‘답’으로 찾은 정부
정부가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막겠다면서 대기업의 외부감사인 선택권을 일부 제한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시행 시기를 늦추는 등 여러 제약 요인으로 실제 기업 회계투명성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위원회는 ‘회계 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분식회계에 취약한 기업을 대상으로 선택지정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선택지정제란 회사에서 감사인 3곳을 추천하면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서 하나를 지정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감사인 선택 자율성을 일부 제한하는 것이다. 선택지정제 대상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자산 5조원 이상 기업 및 금융사 중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는 등 분식회계에 취약한 기업들이다. 금융위는 앞으로 전체 상장사 가운데 약 40%가 적용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시행은 다소 늦고 불투명하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올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2년 늦출 계획이다. 2019년 시행하더라도 지난 6년(2013~2018년) 동안 자유선임 기간이 6년이 되지 않은 기업은 적용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20년대 초반이나 돼야 전면적인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용 또한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어떤 방향으로든지 변화가 예상된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대표는 “문제가 된 현실은 하루속히 바꾸어야 함에도 적용을 미루는 것은 정부의 대책이 너무 안일하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또 정부가 감사인을 선택해 회사에 지정하는 직권지정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관리종목과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 등으로 한정된 직권지정제 대상이 앞으로는 횡령이나 배임 전력 임원이 있는 상장사와 불성실 공시법인 등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전체 상장사의 약 6.8%에 그치고 있는 직권지정제 대상 기업은 약 10%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안대로 전면 시행될 경우 선택 또는 직권지정제 대상 기업은 상장사의 절반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회계사들이 요구해온 직권지정제 전면 시행에선 후퇴한 안이다. 정부가 감사인 선택권의 자율성을 요구하는 기업들의 반발을 의식해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윤승한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은 “정부안이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지만 전면 직권지정제로 가지 못한 건 아쉽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금융위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포상금 증액(1억→10억), 금융감독원의 감리 주기 단축(25년→10년) 등을 병행 추진해 회계투명성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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