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2017 부자보고서’ 금융자산 10억 이상 부자 1028명 조사
PB들 “부자 절반 재산 상속받은 ‘금수저’, 30%는 ‘부동산 투자’ 덕”
월 평균 2326만원 벌어 970만원 소비, 하루 6시간 노동 ‘저녁 있는 삶’
42%가 “완만하게 혹은 빠르게 침체될 것”이라 경기 예측
PB들 “부자 절반 재산 상속받은 ‘금수저’, 30%는 ‘부동산 투자’ 덕”
월 평균 2326만원 벌어 970만원 소비, 하루 6시간 노동 ‘저녁 있는 삶’
42%가 “완만하게 혹은 빠르게 침체될 것”이라 경기 예측
우리나라 부자들은 하루 6시간씩 일하며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고 한달에 2300만원을 벌어 970만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이 결혼할 때 결혼비용으로 평균 7억4천만원을 쓰고 39%가 손주에게 자산 증여를 계획하고 있다. 프라이빗뱅커(PB)들은 부자 중 절반은 상속 재산 덕에 부자가 된 ‘금수저’라고 봤으며, 30%는 부동산 투자의 덕을 보았다고 판단했다.
케이이비(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일 발간한 ‘2017 부자보고서’에는 우리 사회의 금수저 시스템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한달간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하나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 이용자 1028명과 그들을 상대하는 프라이빗뱅커 3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해마다 연말에 발간됐던 이전 부자보고서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 자녀의 결혼비용 증가 추세였다. 부자들의 평균 자녀 결혼비용은 아들이 7억4000만원, 딸은 6억2000만원이었다. 3년 전인 2013년 4억2000만원보다 3억원가량 증가한 액수다. 보고서는 신혼집 마련 비용의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 부자들의 자녀 결혼비용은 8억1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강남 3구 부자들은 월평균 지출액도 평균보다 높았다. 조사 대상 부자 전체의 월평균 소득은 2326만원, 월평균 지출액은 970만원으로 집계됐는데, 강남 부자는 월평균 지출 규모가 1056만원이었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3분기 기준 일반가계의 지출액 평균(342만원)의 3배에 이른다. 부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하루 6시간이었고 42.3%가 가족들과 일주일에 세차례 이상 식사를 함께했다.
한편 프라이빗뱅커들이 꼽은 부자들의 주된 자산 축적 방법은 49%가 상속이나 가업승계였으며, 30%는 부동산 투자로 부자가 됐다고 보았다. 높은 수준의 급여, 창업 등 ‘자수성가형’으로 부자가 된 이들은 20%에 그친다고 판단했다. 상속을 통해 부자가 된 이들은 상속을 중시했다. 자신의 자산 중 평균 43%를 후손에게 상속할 계획이었고 손주에게까지 자산 증여를 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이들도 39%에 이르렀다.
조사 대상 부자 응답자의 55%는 부자의 기준을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이라고 지목했다. 자산 규모별로 보면 금융자산이 10억~30억원 사이인 부자들은 평균 86억원, 30억~50억원 미만인 부자들은 102억원, 50억~100억원 사이 부자들은 141억원, 100억원 이상 부자들은 184억원을 부자의 기준으로 내세웠다. 자신이 설정한 부자 기준을 충족하는 부자는 30%에 불과했다. 앞으로 5년간 경기 예측을 묻는 말에는 부자들의 42%가 “완만하게 혹은 빠르게 침체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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