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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뜯어보니, 수상한 회계?

등록 2017-02-13 21:09수정 2017-02-13 22:31

합병 때 제일모직 주식 고평가 근거 됐던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상한 회계’
2015년 자회사 지분평가 방식 바꾼 뒤
순이익 -2천억 될 뻔 한 게 +2조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배양 공정
삼성바이오로직스 배양 공정
지난해 11월 상장된 삼성물산의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과정에서 ‘편법 회계’ 처리로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할 때 제일모직의 주식을 고평가하는 주요 근거가 됐다. 이재용 부회장 등은 대주주 일가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이 고평가될수록 유리했던 상황이었다.

13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대행 김성진 변호사)와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연금이 5천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가장 핵심적인 근거가 바로 6조6천억원으로 추산된 바이오로직스의 미래 성장가치였다”며 “삼성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사후에 정당화하려면 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일모직이 지분 46%를 보유했던 바이오로직스가 편법 회계로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의 핵심은 바이오로직스가 지분 91.2%를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에 회계상 큰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로직스가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회사 바이오젠과 함께 2012년 설립한 합작 회사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업체다. 바이오에피스는 설립 이후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5년에도 161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바이오로직스는 2015년에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판단해 회계상 지분 평가 방식을 바꿨다. 이전까지 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연결 대상으로 보아 ‘장부가액 평가’로 회계처리하다가, 2015년부터 ‘공정가치 평가’로 전환한 것이다. 이로써 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바이오에피스의 지분 평가가치는 약 4조8천억원으로 뛴다.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은 “이런 회계처리 덕분에 4년 연속 적자였던 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당기순이익이 1조9049억원 흑자로 전환하게 된다”며 “기존 방식으로 회계처리 했다면 바이오로직스는 그해에도 2143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의 마술’로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이 늘어난 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1월10일 무난히 상장됐다. 기존 회계처리 방식을 유지했다면 5년 연속 적자 기업으로서 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요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마술의 배경엔 미국 합작 회사인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에 대한 해석 변경이 있었다. 바이오젠은 주주 간 약정에 따라 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49.9%까지 늘릴 수 있는 권리(콜옵션)가 있다. 삼성 쪽은 바이오에피스의 성공적인 임상 진행으로 바이오젠이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2015년 당시 지분 91.2%를 보유한 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본 것이다.

이로써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은 회계상 바이오로직스에 약 1조8천억원의 파생상품 부채로 기록됐지만, 반대로 4조5천억원의 투자이익을 안겨줘 바이오로직스의 흑자 전환에 톡톡히 기여하게 된다. 이에 윤호열 바이오로직스 상무는 “평가 전환은 회사가 임의로 한 게 아니라 회계법인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지분 평가를 변경하지 않았더라도 상장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미국 회사인 바이오젠은 사업보고서에서 문제의 콜옵션의 가치를 ‘0’원으로 평가해 대조를 이뤘다. 콜옵션 매도자 바이오로직스와 매수자 바이오젠이 그 가치를 다르게 회계처리한 셈이다.

지난 2015년 12월2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 공장 기공식.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 2015년 12월2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 공장 기공식. 청와대 사진기자단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금감원은 최근 참여연대의 질의에 “미국과 한국의 다른 회계기준에 따라 처리된 것”이라고 답했다.

류이근 한광덕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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