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에서 시작해 유통, 화장품을 거쳐 조선까지. 2월에 주가가 상승한 종목들이다. 동반 상승한 것도 있지만, 더 많은 경우 한 업종이 끝난 후 다음 업종이 상승을 이어받는 형태였다. 전형적인 순환매다.
순환매가 나타난 이유는 간단하다. 주가가 올라 선뜻 손이 나가는 주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가가 떨어진 종목을 매수한 뒤 조금 오르면 내다 팔고 다시 다른 종목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순환매는 두 가지 형태로 끝난다. 하나는 새로운 주도주가 만들어지는 경우다. 주가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상승 에너지가 계속 남아있을 때 나오는데, 상승 동력이 특정 업종으로 다시 몰리면서 순환매가 마무리된다. 상승 중간에 순환매가 나타나므로, 이 과정을 통해 여러 종목의 주가가 조금씩 오른다. 다른 하나는 주도주가 만들어지지 못한 채, 여러 주식이 동시에 하락하는 경우다. 순환매가 에너지 소모 과정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인데, 주가 하락으로 마무리된다.
이번 순환매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과정이 아닌 것 같다. 대상 종목이 적고, 상승 폭도 크지 않지만 한번 오른 주가가 다시 하락하지 않고 유지되는 등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주가 오를 때 이런 상황이 벌어질 거라 예상됐었다. 증권주가 낮은 가격을 이용해 주가가 오를 수 있는 마지막 업종이었는데, 가격이란 판단 기준이 사라지고 새로운 상승 동력이 만들어질 때까지 순환매가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두 개의 벽에 부딪쳤다. 하나는 종합주가지수인데, 2100을 넘었지만 중요 숫자를 넘은 것치고는 상승 속도가 빠르지 않다. 자체적인 힘보다 선진국 시장에 상승을 의존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인데,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우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약해졌다. 최고치 경신 횟수가 늘면서 뉴스로서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4분기 실적 발표가 끝나면서 재료도 사라졌다.
종목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호황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경기 정점이 멀지 않았다는 경고도 무시할 수 없다. 1995년, 2000년 반도체 경기 막바지 국면도 비슷한 형태를 거쳐 업황이 꺾였기 때문이다. 다른 대형주 중에서 1분기에 이익이 크게 늘어날 종목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순환매가 새로운 주도주를 찾는 과정으로 발전하려면 두 개의 벽을 넘어야 한다.
순환매 때에는 투자 종목을 자주 바꾸지 않는 게 좋다. 종목별 흐름이 따라 잡기 힘들 정도로 빨라 뒷북을 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국인이나 기관이 연속 순매수하는 종목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순환매는 기본적으로 시장이 취약한 상태일 때 나오는데, 약간의 수급 변화가 의외로 큰 주가 변동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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