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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단독] 1인가구 빚 37% 감소?…통계청, 오류 5년 방치

등록 2017-02-27 04:59수정 2017-02-27 10:47

2012년 부채통계 ‘엉터리’
조세연구원 ‘16% 증가’와 반대
전체가구 집계에도 영향 미쳐
가계부채 정책·실태 왜곡
통계청 “우리도 이유 몰라”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위험으로 떠오른 가계부채의 통계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통계의 오류가 장기간 방치되면서 정부 정책뿐만 아니라 민간의 가계부채 연구와 사업활동마저 왜곡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26일 <한겨레>가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해마다 공동조사해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살펴보니, 2011년에서 2012년 사이 1인 가구의 부채 통계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말 이들 세 기관은 1년 새 1인 가구의 부채가 무려 37.4%나 감소했다고 여과 없이 발표하고, 국가통계포털(KOSIS)에도 이런 내용을 별다른 수정 없이 아직까지 공개하고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가계부채와 소득 등을 파악해 금융 정책과 연구에 활용하는 중요한 조사다. 게다가 1인 가구는 네 집 중 한 집꼴일 만큼 최근 중요성이 증가했다.

1인 가구의 부채 규모가 1년 새 3분의 1 넘게 줄었다는 건 엉터리 수치에 가깝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재정패널조사를 보면 같은 기간 1인 가구의 부채는 1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금융복지조사도 2012년을 빼고는 그 전후에 1인 가구 부채가 매년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런 오류는 가계금융복지조사가 전체 가구의 부채 증가세를 과소 추계하는 데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은 이런 왜곡을 바로잡기는커녕 제대로 인식조차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유를 우리도 알 수 없다. 왜 그런지 앞으로 고민해보겠다. 2012년 이후 통계수치부터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류의 재생산은 이미 민간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 23일 케이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1인 가구 맞춤형 상품패키지를 선보이며 ‘2017 한국 1인 가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인용해 1인 가구의 부채가 2010년 대비 2015년에 28.1%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통계 오류는 2010년에 처음 시작된 가계금융조사(샘플 1만가구)가 2012년부터 가계금융복지조사(샘플 2만가구)로 변경되는데, 이 과정에서 빚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샘플 보정 등을 통해 통계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무엇인가 오류가 빚어진 셈이다.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표집상의 문제로 오차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통계청이 행정적 이유 등에 따라 조사 방법 등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구자나 정책결정자 쪽에선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의 문제는 1인 가구 부채 규모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큰 외부 변수가 없는 2012년 자영업자의 원리금 상환액이 전년도보다 13.6%나 감소했다는 통계도 수상하긴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이듬해 이를 바탕으로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이 개선됐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류이근 노현웅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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