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관 7층 회의실에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진행 상황 및 향후 계획에 관한 브리핑하기 위해 들어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에 발목이 잡힌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이 당초 예상보다 무려 세 배나 많은 3조원에 이르는 손실을 냈다.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 주식이 사실상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는 엄격한 회계 잣대가 적용된 탓이다. 이 손실을 반영하면 산은의 이익잉여금은 1조원밖에 남지 않는다. 국책은행인 산은의 부실은 국민 혈세 투입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3일 산은은 보도자료를 내어 “2016년 조선·해운업 부실에 따른 5조6천억원의 구조조정 비용으로 약 3조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별 손실액은 대우조선이 3조5천억원, 에스티엑스(STX) 계열이 1조2천억원, 한진해운이 9천억원에 이른다. 산은은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국책은행이다.
산은의 지난해 손실액은 당초 예상치 1조원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산은 관계자는 “대우조선에 지난해 11월 출자전환한 1조8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주당 약 1원으로 평가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손실액이 커졌다”고 말했다. 산은은 지난해 출자전환분을 포함해 대우조선 지분의 약 50%를 쥔 최대주주다.
산은은 손실을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산은은 “평상시 축척한 이익으로 불황기 시장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손실도 정부 재정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충분히 소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세금을 투입해 손실을 메워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산은은 2001년 이후 3개년도(2013년, 2015년, 2016년)를 제외한 누적 순이익 규모가 12조70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쓰고 남은 이익잉여금은 약 4조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지난해 손실 약 3조원을 충당하고 나면 잉여금은 약 1조원밖에 남지 않는 셈이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추가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크지 않은 셈이다.
산은은 올해는 조선·해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흑자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조선·해운업의 침체가 구조적으로 장기화하면서 언제 터널을 빠져나올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은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5%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정책금융을 수행할 능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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