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영업정지 등 중징계해놓고
‘지급 결정’에 제재 수위 재논의키로
‘지급 결정’에 제재 수위 재논의키로
지난달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약관에 명시된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온 ‘빅3’ 생명보험사에 중징계를 내렸던 금융감독원이 제재 수위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징계 결정 뒤 삼성·한화생명이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게 재심의 배경이지만,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감원은 6일 보도자료를 내어 “자살보험금 제재와 관련해 오는 16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다시 심의한 뒤 제재 수위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이날 밝힌 재심의 배경엔 지난달 제재심의위 심의 이후 삼성·한화생명이 지난 2일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전액(이자 포함) 지급하기로 한 발표가 작용했다. 금감원은 “중대한 사정변경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 제재심의위는 지난달 23일 삼성과 한화, 교보생명에 각각 3~1개월씩 ‘영업 일부정지’를 부과했다. 이들 보험사는 이 기간 동안 재해사망보장 신계약을 판매할 수 없게 됐다. 당시 금감원은 “보험 3사는 약관에 피보험자가 책임 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 자살할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기재하였음에도 해당 보험금을 고의적으로 지급하지 않고, 보험금을 청구한 보험수익자에게 재해사망보험금 부지급 사유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제재심의위 심의 당일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 의사를 밝힌 교보를 포함해 이후 삼성·한화생명의 자살보험금 지급 합류가 금감원이 내린 결정을 스스로 번복하는 길을 튼 것이다. 금감원은 이날 “이번 사안이 사회적 관심이 지대하고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큰 만큼 중대한 사정 변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제재 수위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교보생명이 그 사례다. 교보는 심의 당일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이자 미포함) 의사를 밝히면서 당시 징계를 받은 3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를 받았다. 이 때문에 재심의가 이뤄질 경우 삼성·한화생명의 징계 수위가 어느 정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과 한화생명 대표이사의 연임이 불가능한 문책성 경고의 수위가 낮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수위를 크게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보의 경우에도 영업정지 1개월 및 대표이사에 대한 주의적 경고 등을 받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심의에서 징계 결정이 내려진 뒤에서야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선 보험사들 때문에 우리도 상황이 난처하게 됐다”며 “상위 기관인 금융위원회의 압력이 있거나 눈치를 보고 내린 결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체 판단에 따라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는 말이다. 제재 최종 결정 권한은 금융위에 있다. 따라서 금감원이 당초 결정을 금융위로 올려보내기 직전에 결정을 다시 하는 이상한 모양새를 띠게 됐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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