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교체, 금융통계팀장은 직위해제, 경제통계국장과 담당 과장은 엄중경고.’
14일 한국은행이 가계대출 통계를 담당하는 국장부터 과장까지 줄징계하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한은이 이례적인 인사 조처를 한 이유는 최근 발생한 ‘가계대출 통계 오류’ 때문이다.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대출 관련 문제인데다, 상처 입은 한은 통계의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뜻에서 나온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기자설명회를 열어 “통계 발표 오류가 발생한 직후 관련 부서를 대상으로 진상 조사를 했으며, 책임자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한은은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1월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이 9775억원 늘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불과 4시간이 지난 뒤 실제 증가액은 절반에 불과한 5083억원이라며 수정 자료를 배포했다. 올해 들어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추이는 큰 관심사였다. 지난해 은행권 여신심사 강화로 제2금융권에 가계대출이 쏠리는 ‘풍선효과’가 뚜렷해지면서 큰 우려를 낳은 까닭이다. 한은이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 가계대출이 실제보다 두 배나 늘어난 것으로 발표해 공신력을 스스로 실추시킨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저축은행중앙회에서 넘겨받은 가계대출 기초자료로 보도자료를 만들었는데, 한은 담당자가 올해부터 달라진 대출 분류기준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서 통계 오류가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예전엔 영리목적의 영농자금 등 대출(4692억원)을 가계대출 통계에서 제외했으나, 달라진 통계기준에 따라 이를 포함해 보고했는데 한은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임원회의 등에서 이를 강하게 질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승철 한은 부총재보는 “이 총재는 이번 일이 한은에서 내는 통계를 넘어 한은 전체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유관기관과 통계 관련 정보교환을 늘리는 한편 통계 의미가 국민에게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언론에 대한 설명도 강화하기로 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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