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들, 연금보험 배당준비금 축소 논란

1990년대 중반 판매 유배당상품
금감원, 6개사 적립 내역 검토중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생명보험사들이 이번엔 1990년대 중반에 판매한 연금보험의 배당준비금을 축소 적립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에 금융당국이 실태 파악에 나섰다.

14일 금융감독원은 삼성·한화·교보·알리안츠·흥국·케이디비(KDB)생명 등 6곳의 생보사들이 1994~1997년에 판매한 상품인 ‘세제 적격 유배당 연금보험’의 배당준비금을 제대로 적립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시기 생보사들이 판 유배당 연금보험의 이자율차(이차)배당률이 제대로 책정됐는지 약관과 사업방법서 등 기초서류를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문제 소지가 있는지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배당 연금보험이란 예정이율에 따른 연금을 지급할 뿐 아니라 자산운용수익률이 예정이율보다 높을 때 추가로 배당금을 쌓아뒀다가 함께 주는 상품이다.

이차배당률은 자산운용수익률에서 예정이율을 뺀 것으로, 이 수치가 플러스일 땐 그만큼 더 배당준비금을 쌓았다. 문제는 자산운용수익률이 예정이율보다 낮아서 이차배당률이 마이너스로 나올 때다. 글로벌 저금리 상황에서 이차배당률이 마이너스가 나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한화와 알리안츠를 뺀 보험사들은 예정이율에서 마이너스가 난 만큼 빼고서 배당준비금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1997년 이전엔 이차배당률을 어떻게 정할지 매년 정해주다가 이후 업계 자율에 맡겼다.

이제 금융당국은 1997년 이후 생보사들이 약관과 사업방법서 등에 따라 제대로 배당준비금을 쌓았는지 살펴볼 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 실태를 파악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검사에 들어갈 것”이라며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정상적으로 이차배당률을 적용해 배당준비금을 쌓아왔다는 태도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마치 보험사들이 배당을 적게 지급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이는 배당준비금 적립의 문제”라며 “지금껏 금융당국의 시정 요구나 문제 지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