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5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점진적 인상을 시사함에 따라 달러 가치는 오히려 하락했다. 다만 앞으로 트럼프 정부의 정책 구체화에 따라 금리인상이 가속화되며 달러 가치가 상승할 여지는 남아 있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6원(1.01%) 하락한 1132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이날 개장 직후 1130원선 밑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14일(현지시각) 101.57에서 15일 100.58로 1% 가까이 하락했다. 연준이 점진적인 금리인상 방침을 재확인하고 향후 금리인상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점도표의 뚜렷한 상향도 나타나지 않은 데다 경제 전망에도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준의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당분간 달러 가치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히 4월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한국 등 관찰대상국의 통화 가치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취임 전후 강한 구두 개입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책 기조도 달러 약세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다만 달러 약세가 중장기적으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이번 회의 결과에 트럼프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은 반영되지 않았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금리인상 결정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은 경제가 단순히 우리가 예상한대로 진전됐기 때문에 내려졌다”며 “회의에서 향후 (트럼프 정부) 정책 변화에 대한 구체적 사항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트럼프 정부의 재정정책이 구체화 돼 물가 상승을 포함해 경기가 과열될 가능성이 제기되면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줄줄이 남아 있는 유럽의 선거 일정도 유럽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해 유로화 가치를 달러보다 상대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다. 통화 가치가 궁극적으로는 그 나라의 경제 기초체력을 반영하는 것인 만큼, 상대적으로 미국의 경기가 다른 나라보다 좋다는 점, 그리고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달러의 강세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