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 매도 물량 쏟아지며 1130원 무너져 1120.1원에 마감
4거래일 간 28.7원 급락…아시아 통화 중 하락세 두드러져
“4월 미 환율보고서에 조작국 지정 위험…추가 하락 예상”
4거래일 간 28.7원 급락…아시아 통화 중 하락세 두드러져
“4월 미 환율보고서에 조작국 지정 위험…추가 하락 예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넘게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고쳐 썼다. 강력한 심리적 지지선으로 인식되던 1130원이 깨진데다 역외 시장에서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진 탓으로 분석된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10.8원 내린 1120.1원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10월10일(1108.4원) 이후 다섯달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날 1.8원 떨어진 1129.1원으로 장을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한때 1130원 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오전 11시50분께부터 낙폭을 키우며 장중 1120.0원까지 떨어져 1120선 붕괴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줄 직접적인 큰 변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역외시장에서 원화를 많이 사들인데다 달러를 매도하는 물량도 쏟아졌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5일(현지시각)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직전부터 뚜렷한 하락세(원화 강세)를 이어왔다. 금리인상 전날인 15일 이후 4거래일간 28.7원이 급락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점진적일 것이란 확인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원화는 일본 엔화, 싱가포르 달러, 대만 달러 등 다른 아시아 통화에 견줘 강세 흐름이 유독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4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들어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그때까지는 외환 당국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환율 급락은 달러 약세 때문이라기보다 원화 강세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한국이 미 환율보고서에서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향후에도 계속 원화 절상이 이뤄질 수 있다”며 “심리적 저지선인 1130원이 무너진 만큼 4월까지 1100~1089원까지는 언제든 등락을 반복할 수 있다”고 짚었다.
유선희 기자du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