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9.8원 내린 1112.8원에 마감한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케이이비(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야심찬 1호 법안인 ‘트럼프케어’의 표결 철회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가까이 하락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달러가 약세를 보인 탓이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9.8원 내린 1112.8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를 기준으로 지난해 10월10일(1108.4원) 이후 다섯달여 만에 최저수준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15.0원에 출발한 뒤 장중 등락을 거듭하다가 낙폭을 키웠다. ‘트럼프케어’ 법안을 의회에 상정조차 못 하고 철회하면서 감세와 인프라 투자를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성장 정책도 지연될 수 있다는 판단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또다른 주요 정책인 ‘세제 개혁안’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 역시 의회의 반대를 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 내림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측한다. 또 4월 중순 발표될 미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목될 위험성에 대한 경계감으로 외환당국이 당분간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경원 엔에이치(NH)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깨지진 않아도 1110원, 그다음엔 1100원으로 4월 중순까지 계속 레벨을 낮춰갈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장중 연저점(1089.7원) 말고는 강력한 지지선이 없는 만큼 이를 하단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주에는 28일(현지시각)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연설, 29일(현지시각) 영국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공식 개시 등도 예고돼 있어 환율 혼조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코스피 역시 미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감과 현재 주가가 단기 고점이라는 인식에 따라 펀드와 기관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전 거래일보다 13.29(0.61%) 내린 2155.66으로 마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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