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선 자영업자 결국은 일수찍기로
치킨집 망하며 대부업체 찾아
200만원 대출이 1800만원으로
“막장 몰린 자영업자 지원 절실”
치킨집 망하며 대부업체 찾아
200만원 대출이 1800만원으로
“막장 몰린 자영업자 지원 절실”
충북의 한 소도시에 있는 김아무개씨 빈대떡집에는 매일 오후 5시쯤 ‘일수업자’들이 찾아온다. 현재 3곳의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김씨는 매일 13만원, 6만5천원, 6만원 이렇게 모두 25만5000원을 세 명의 일수업자에게 건넨다. 하루 매출이 20만원도 나오지 않는 날이 이어져 일수가 밀리기 시작하면서 김씨는 스트레스에 가슴이 답답해질 지경이 됐다.
김씨의 추락은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던 치킨집이 6개월 만에 망하면서 시작됐다.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가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집 문을 열었는데 바로 조류독감이 터지고 장사가 안 돼도 너무 안 됐어요.” 신용카드 대출로 돌려막기를 하다가 부부 모두 신용불량자로 내몰리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같은 자리에서 간판만 바꿔 빈대떡집을 이어가는 요즘, 갈아놓은 녹두는 사흘을 못 견뎌 버려지기 일쑤다. 한 명뿐이던 아르바이트생도 지난달부터 그만두게 했다. 월세 160만원짜리 가게에서 부부는 새벽 2시까지 일한다. 신용카드도 못 만드는 김씨는 가게 앞에 날마다 서너개씩 뿌려지는 대부업체 전단지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처음 200만원을 빌린 게 1800만원으로 늘어나는 동안 일수업체는 공증 수수료, 연체금을 대출 원금으로 돌리는 ‘꺾기’, 재대출 때 원금 제하기 등의 명목으로 돈을 떼갔다. 그래서 김씨는 정확한 대출 금리를 모른다. “저희 같은 사람들에게 대부업체는 필요악이에요. 금리가 너무 높지만 정말 절실할 때 빌려주니까요.”
김씨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일수대출로 내몰려 ‘자영업 막장’에 들어서는 경우는 찾기 어렵지 않다. 지난 2014년 나온 송지용(한국소비자원)·이희숙(충북대 교수)씨 논문 ‘전통시장 자영업자의 재무관리와 사금융 이용’을 보면 충북의 한 전통시장 자영업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8%가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사금융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을 위해 성실한 세금 납부 기록 등을 소득 증빙 자료로 대체해 제도권 대출을 이용할 길을 열어주고 재무관리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은행권보다 비은행권에서 급격히 늘고 있다. 28일 한국신용정보(나이스)의 2012~2016년치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를 분석해 보면, 자영업자 대출총액은 4년간 은행권에서 44.5%, 비은행권에서 57.4% 증가했다. 그나마 불법적 고금리를 적용하는 사금융은 비은행권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허점이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지난 2015년 성인 50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바탕으로 국내 성인 중 33만명이 10조5천억원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평균 대출 금리는 연 114.6%에 달했으며 이용 목적은 사업자금(42.9%), 가계생활자금(35.9%), 대출금 상환(25.2%) 순이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최근 경제환경이 악화하면서 제도권 금융의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계층이 생활자금을 구하러 금리가 높은 대부업이나 사금융을 이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지선 류이근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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