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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국민연금 ‘상환 보증’ 관철 못해…대우조선 ‘법정관리’는 피해

등록 2017-04-17 00:49수정 2017-04-17 01:22

막판까지 버텨 ‘거수기’ 탈색 노려
손실 최소화 노력 취하는 모양새도
채무조정안 관철시킨 정부는
대우조선 정상화 이끌 부담 커져
국민연금이 결국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안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대우조선은 법원 주도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금융권 손실이 1조원 이상 많아지는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 잔액의 29%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채무조정안이 통과되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무담보채권이 80~100% 출자전환되고 회사채와 기업어음(CP) 투자자는 50% 출자전환에 나머지 절반은 3년 유예, 3년 분할상환된다. 이를 전제로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의 추가 지원이 이뤄진다.

사채권자 집회를 하루 남기고 채무조정안이 극적으로 타결된 것은 산은이 회사채의 상환을 보장하는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으로서는 퇴로가 막힌 상황에서 어느 정도 산은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수확을 얻었다.

산은과 수은은 16일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에 대한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32곳의 기관투자자에 ‘회사채·기업어음(CP) 상환을 위한 이행 확약서’를 발송했다. ‘이행 확약서’에 나타난 회사채의 원리금 상환 보강 장치는 크게 보면 두 가지다. 먼저 산은은 자금을 별도 관리하는 에스크로 계좌를 만들어 상환일 한달 전에 갚아야 할 원리금 전액을 예치하기로 했다. 에스크로 계좌는 회사채 갚을 돈을 대우조선이 딴데 쓰지 못하도록 출금을 제한하는 계좌다.

산은은 여기에 회사채 등 상환용 자금 1천억원을 따로 떼어 예치해두겠다며 최소한의 회수 장치도 추가했다. 대우조선이 회사 명의의 별도계좌에 회사채와 기업어음의 청산가치(6.6%)인 약 1천억원을 입금해 투자자에게 담보로 제공하도록 했다. 국민연금 등이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청산가치는 보장한다는 것이다.

산은은 2018년부터 대우조선을 해마다 실사해 회사가 상환능력이 있다고 확인되는 경우, 회사채 조기 상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회사채 유예와 상환기간을 단축해 채권을 갚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사채권의 최종 만기일까지 산은과 수은이 신규 자금 지원을 이어간다는 내용도 이행안에 포함됐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이런 상환 약속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로 남길 것을 요구해왔다. 실질적으로 원리금 상환을 보장받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산은이 “사실상 지급보증을 서 달라는 것”이라며 응하지 않으면서 협상에 진통을 겪어 왔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은 국책은행의 지급보증 카드를 접는 대신 회사채 상환의 안전판 강화라는 대안을 얻어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산은이 국민연금 쪽에 제시한 확약서는 대우조선이 자체적으로 상환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신규 자금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신규 자금에서 채권에 대한 상환우선권을 보장하겠다는 발언을 국민연금이 끌어낸 셈이다. 국민연금이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고심한 것은, 과거처럼 정부와 금융당국에 좌지우지되는 거수기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모양새를 취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금융당국과 산은은 대우조선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물론 출자전환으로 대우조선의 재무구조는 나아진다. 부채비율(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5544%에서 325%으로 떨어지고, 연간 금융비용은 지난해 4475억원에서 올해 2236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조선 업황이 호전되지 않는 한 신규 수주 등 영업 정상화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또다시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고도 정상화에 실패한다면 비난의 화살은 정부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출자전환과 신규자금 지원으로 일단 대우조선이 버틸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지만 유동성 위기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광덕 김경락 이춘재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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