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규모가 올해 1분기에만 20조원 남짓 불어나면서,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국제기준에 맞춰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후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매년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1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는 전분기(2016년 10~12월)에 견줘 21조원 늘어난 1586조8천억원에 이른다. 이 통계는 정부가 집계하는 가계부채 기준 중 포괄범위가 가장 넓은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간 비교로 쓰이는 기준이기도 하다.
가계부채를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비율인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에 178.95%로 사상 최고치였다. 지난해 말(178.87%)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앞서 가계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78.87%로 2015년 말 169.04%보다 10%포인트 이상 상승한 바 있다. 이 비율은 한은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처분가능소득을 연간 단위로만 집계하고 있어 분기별 값은 파악하기 어려운데, <한겨레>가 한은이 제시한 계산법을 토대로 추정한 값이다.? 2015년 말 기준으로 비교 가능한 오이시디 회원국 29곳 중 한국은 9번째로 가계부채 비율이 높다.
올해 1분기에 가계부채 비율이 다소 오른 것은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묶기로 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6·19 부동산 대책’에 주택 구매를 위한 가계대출 규제를 종전보다 강화하는 방안을 담은 데 이어, 오는 8월에는 ‘가계부채 종합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가계부채가 늘고 가계부채 비율도 올랐으나 올해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여윳돈은 지난해 3분기(6조2천억원) 이후 가장 적은 14조1천억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 여윳돈은 19조2천억원이었다. 여윳돈은 운용하는 자금 규모에서 빌린 자금을 뺀 ‘자금 잉여 규모’를 가리킨다. 박동준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아파트 집단대출 규모가 꾸준하게 유지되는 등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았고, 이외에도 자동차 구매 수요나 해외 소비도 늘어나면서 가계의 자금 잉여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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