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2개월 만에 소폭 내리는 등 그간 숨가쁘던 가계대출 금리 상승세가 지난 6월 한풀 꺾였다. 물가 부진 우려가 불거지며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데 따른 현상이다. 또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대출금리 상승세가 제동이 걸린 배경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서도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의 차이를 뜻하는 예대금리차는 2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6월 중 금융기관의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달 연 3.41%로 한 달 전보다 0.06%포인트 떨어졌다. 주택담보대출금리는 한 달 전보다 0.04%포인트 내린 연 3.22%, 소액대출 금리도 같은 수준으로 내려 연 4.41%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세적으로 상승해왔다. 미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으로 전환하면서 은행채 등 시중금리가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추이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시스템
대출금리 상승 흐름이 지난달 한풀 꺾인 이유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다소 늦춰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당시에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견고한 경기 상승세를 바탕으로 연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혀왔으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3~6월) 연속 낮아지는 등 물가 부진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도 지난 17일 “물가 부진이 지속되면 긴축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영엽 한은 부국장은 “(은행이) 금리 방향을 살피며 관망하는 조정기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상호저축은행 대출금리는 전달보다 비교적 큰 폭인 0.45%포인트나 떨어졌다. 통상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자산 규모가 큰 시중은행과 달리 특판 상품이 나올 때마다 대출 금리가 크게 출렁이는 특징이 있다. 지난 6월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진 데는 대출금리가 연 10~20%에 해당하는 중금리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진 효과가 반영됐다는 게 한은 쪽 설명이다.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중금리 시장에 본격 뛰어들고 금융당국이 저축은행들에 대해 소액 신용대출에 고금리 장사를 하지 못하도록 지도를 한 것도 저축은행의 대출금리가 내려간 이유로 꼽힌다. 문소상 한은 팀장은 “(저축은행의 경우) 전체 여신 중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담보대출 비중은 늘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은 줄었다”고 말했다.
한편 예금은행들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예대금리차(잔액 기준)는 한 달 전보다 0.01%포인트 오른 2.27%포인트였다. 2015년 3월 이후 27개월 만에 가장 크다. 예대금리차는 2016년 9월(2.14%포인트) 이후 추세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실제 최근 케이비(KB)금융지주 등 국내 대표 금융지주사들은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올 상반기에 영업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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