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올해 상반기에 한해 전보다 세곱절 가까운 수익을 거뒀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대손비용이 크게 줄어든데다, 예대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이자이익이 늘어난 덕분이다.
8일 금융감독원이 낸 ‘국내은행의 2017년 상반기 중 영업실적’ 자료를 보면, 국내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조원에서 올해 8조1천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여기엔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을 비롯한 특수은행이 지난해 상반기 1조원 적자에서 올해 2조9천억원 흑자로 돌아선 게 큰 영향을 끼쳤다. 특수은행 흑자는 지난해 상반기 6조7천억원에 이르렀던 대손비용이 올해 1조6천억원으로 대폭 줄어든 덕분이다. 시중은행도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3조4천억원에서 올해 4조6천억원으로 40% 가까이 늘었다.
국내은행의 이자이익 지표를 보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를 이르는 예대금리 차가 지난해 상반기 1.95%에서 올해 2.01%로 0.06%포인트 개선됐다. 이는 대출금리 오름세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시중의 풍부한 자금이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금리가 낮은 대기성 금융상품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예대금리 차에 채권 등 유가증권에서 발생한 이자까지 반영한 순이자마진(NIM)도 1.55%에서 1.61%로 개선됐다. 결국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16조9천억원에서 18조원으로 1조원 넘게 늘어났다.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은 3조2천억원에서 4조5천억원으로 1조3천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선 올해 상반기 원화값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강세를 띤 덕분에 은행권 외화보유 자산의 평가익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기여분이 8천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예대금리 차와 순이자마진 확대 등의 추세는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생산적 금융’을 거론했듯, 가계대출 위주의 영업 대신에 금융이 창업과 일자리 확대를 지원하는 혈맥 구실을 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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