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KDI 대출제도 개편방안 발표
현재소득 기준만으론 사회초년생 불리
외국보다 높은 연체 이자율 조정 필요
현재소득 기준만으론 사회초년생 불리
외국보다 높은 연체 이자율 조정 필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금융당국 정책과제에 대한 연구용역을 주로 맡아온 한국금융연구원이 미래 소득을 감안하는 등 대출 상환 능력을 좀더 꼼꼼하게 따져볼 수 있는 대출제도 개편안을 5일 내놨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금융회사의 바람직한 역할 방안’ 세미나에서 “자동차 과속구간을 단속하듯이 대출 잔존기간을 고려해 상환부담을 평가해야 한다. 5년 또는 10년 간 미래 특정 기간의 소득을 고려하는 쪽으로 대출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일부 은행들이 적용하고 있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나 보편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아래선 모두 ‘현재(대출시점)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가 정해진다. 이 때문에 현재는 소득수준이 낮지만 앞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큰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은 실제 상환능력에 견줘 대출 한도가 적게 나왔다. 김 연구위원은 디에스아르 비율이 높은 차주가 대출을 신청하면 금융회사가 상환스케줄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따른 상환계획서를 받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수십년 간의 장기 대출의 경우 대출 심사를 할 때 연령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식으로 개편이 이루어지면, 은퇴가 얼마남지 않은 중장년층은 대출 한도가 줄지만 정규직 등 안정적 직장을 잡은 젊은층은 반대로 늘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이익 변동이 큰 소규모 자영업자나 불안정한 일자리를 갖고 있을 경우엔 외려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일정 구간을 보기 때문에 2년이면 소멸되는 전세자금 대출은 상환 부담에서 제외된다. 그는 이외에도 디티아이 규제는 2∼3년 평균소득을 고려해서 소득 안정성을 확인하도록 하고, 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상품과 일반 민간금융상품 간 규제 비율에 차등을 둬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에 견줘 높은 연체 이자율이 채무자의 재기를 더욱 어렵게 한다”며 돈을 제 때 갚지 못한 사람에게 물리는 연체 이자율 산정 방식을 문제삼았다. 은행권에서 2회 이상 연체해 만기 전에 대출금을 회수(기한이익상실)할 때 적용되는 연체 이자율은 약정 이자율보다 6~8%포인트가량 높다. 이는 약정이자율보다 3~6%포인트 높은 미국이나 0~2%포인트 더 받는 영국 등에 견줘 훨씬 높다. 김 연구위원은 “미납 상환액에만 붙는 지연 수수료도 한국은 미국이나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다른 나라보다 많다”고 꼬집었다.
김 연구위원은 연체 이자율 등을 낮추면 돈을 빌린 쪽이 갚을 수 있는데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체 이후 신용등급이 크게 하락하고 금융기관이 담보권을 행사하면서 주택도 잃게 될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고의적으로 빚을 갚지 않을 채무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도덕적 해이 발생 여부, 연체 채무자의 채무 정상화 유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연체이자 산정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나온 제안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대출제도 개편에 반영될 전망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청와대와 국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신디티아이 규제를 도입하고 디에스아르 규제를 전면화하는 방안을 올해 핵심 과제로 밝힌 바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세미나에 참석해 “부채상환 능력의 정확한 평가와 금융회사의 자율성 강화는 금융회사의 여신심사 역량 강화로 이어져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며, 제도 개편 추진에 힘을 실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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