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상품 비중 추이(신규 취급액 기준)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시스템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 비중이 큰폭으로 낮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 상승기에 고정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대출이자가 싼 변동금리 상품이 더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고정금리 대출 비중 축소는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8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를 보면, 지난달 예금은행이 취급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상품 비중은 32.8%로 전달(38.7%)보다 5.9%포인트나 하락했다. 낙폭 기준으로는 지난해 9월(7.2%포인트 하락) 이후 11개월만에 가장 크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 축소는 올들어 두드러지는 흐름이다. 고정금리 대출(신규취급액 기준)은 변동금리 상품을 고정금리 상품으로 전환해주는 안심전환대출 도입 등의 영향으로 2015년 7월(31.3%)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후 지난해 7월(57.8%) 정점을 찍은 뒤 추세적으로 하락세를 보여왔으며, 올 4월(43.1%) 이후 급락하고 있다. 8월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015년 7월 이후 2년 1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최영엽 한은 경제통계국 부국장은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고정금리 상품과 변동금리 상품 간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출자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싸 보이는 변동금리 상품에 더 쏠리고 있고, 상품을 파는 은행 쪽도 변동금리 상품을 더 많이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상품 비중(잔액 기준) 추이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시스템
은행들이 새로 취급하는 가계 대출에 변동금리 상품 비중을 높이면서 잔액 기준 고정금리 비중도 상승세를 멈췄다. 잔액기준 고정금리 가계대출 비중은 2016년 8월 34.7%까지 치솟았으나 그 이후부턴 답보 상태다. 올들어선 지난 4월(34.7%) 이후 8월(34.5%)까지 점차 하향 조정되는 흐름이다.
하지만 한은 금융안정국은 앞서 지난 21일 금융통화위원회에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며 정반대의 평가 내용을 보고했다. 당시 금융안정국은 금융감독원이 올 1분기 주택담보대출 잔액기준으로 집계한 고정금리 대출 비중 통계를 근거로 삼았다. 최근 통계를 고려하지 않으면서 전혀 다른 진단을 내놓은 셈이다. 변동금리 상품은 금리 변동 위험을 가계가 안는 터라 이런 상품 비중이 클수록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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