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금융·증권

‘현대카드 신화’ 정태영, 보험에선 안통하네

등록 2017-09-28 19:11수정 2017-09-28 21:26

인수 6년째 현대라이프 누적적자 2200억원
개인영업 사실상 포기 수순…구조조정 돌입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실적도 예전만 못해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스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 본인 페이스북.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스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 본인 페이스북.
현대자동차그룹이 2012년 인수한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이 부실 경영으로 혹독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해온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부회장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정 부회장이 직접 이끄는 카드와 캐피탈 실적도 예전만 못한 상태다.

현대라이프생보는 지난 1일부터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전체 직원의 3분의 1가량인 120~130명이 퇴직원을 냈다고 28일 밝혔다. 1989년 설립된 대신생명이 전신인 이 회사는 2003년 녹십자그룹에 인수됐다가 2012년 현대자동차그룹 소속이 됐다. 그러나 인수 첫 해부터 최근까지 실적이 부진해 올 상반기 누적적자가 2273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 도입을 앞두고 많게는 1조원 규모 자본확충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상비 절감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하게 됐다고 회사 쪽은 설명했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1989년 이래 두번 주인이 바뀌었지만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었다. 그 결과 현재 부장·차장이 전체 직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조직이 심각한 역삼각형 모양이 됐다”고 말했다. 2천명 규모였던 보험설계사는 수백명 수준으로 줄었고, 점포 70여곳도 절반 이상 폐쇄했다. 보험대리점 영업(GA)도 중단하면서, 사실상 개인영업을 포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노조는 이른바 ‘정태영식 경영 스타일’이 경영실패를 불렀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현대라이프지부(지부장 김성구)는 “녹십자생명 시절에는 인수 직후 2년과 2008년을 제외한 7년 동안 계속 흑자를 냈다. 작지만 내실 있는 회사였는데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뒤부터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사위인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캐피탈의 누적적자가 8천억원에 이르던 2003년 대표에 취임해, 2년 만에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렸다. 이어 차별적인 마케팅으로 현대카드를 업계 2위권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재벌 오너 일가들과 달리 자유분방한 경영 스타일과 페이스북 등을 통한 소통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현대라이프 한 직원은 “(카드와 달리) 보험업의 특성 중 하나가 스스로 사겠다고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비자를 찾아가 영업하는 설계사와 대리점, 텔레마케터 등 영업조직이 중요한데 새 경영진은 (카드에서처럼) 상품만 괜찮으면 성공할 줄 오판했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카드 출신 현대라이프 수뇌부들은 ‘마트에서 파는 보험’, (‘현대카드 제로’를 본 뜬) ‘제로 보험’ 등 특색있는 상품을 내놔 주목을 끌었지만, 실제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회사 쪽은 “이사회 의장일 뿐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조 쪽 주장이 맞지 않다고 반박한다. 그럼에도 현대라이프의 위기가 정 부회장에게 부담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와 캐피탈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종합금융그룹이 되려면 은행, 보험, 증권사 등을 거느려야 한다. 그룹에서 직접 관할하는 에이치엠씨증권이 이미 있고, 은행은 설립이나 인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대안으로 중소 생명보험사를 인수했는데, 실적이 부진해 정 부회장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정 부회장의 본업이랄 수 있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도 실적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삼성카드·케이비(KB)국민카드와 2위권 그룹에서 경쟁하고 있는 현대카드는 올해 상반기 점유율이 두 회사에 비해 최대 5%포인트(8개 주요 신용카드 사용액 기준)까지 벌어졌다. 5위 우리카드와 격차도 2%포인트 이내로 줄어둘었다. 현대캐피탈도 2010년 상위 10개 캐피탈사 총자산의 44%(17조9300억원)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였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그 비중이 37%(25조9100억원)로 줄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