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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3천만원짜리 새 차 살 때 돌려받는 120만원, 그 돈은 어디서?

등록 2017-10-11 13:55수정 2017-10-11 20:34

카드사 받는 수수료·모집인 수당까지 고객에
치열해진 경쟁 속 ‘카드모집인-차 딜러’ 제휴도
정찰제 무너지고 다변화하는 새차 시장의 단면
정보 수집하고 비교하는 부지런한 고객에 유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얼마 전 둘째를 얻게 돼 식구가 늘어난 서울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아무개씨는 늘어난 식구들과 편안하게 나들이할 수 있도록 타던 승용차를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으로 바꿀 결심을 하고 인터넷을 서핑하다 깜짝 놀랐다. 새차와 관련한 이런저런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카페에 들어갔는데, 신용카드를 이용해 새차를 구매할 경우 차 구입비의 3% 이상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글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당장 카페에 올라와 있는 카드모집인 연락처로 연락해 카드를 발급받은 뒤 차량대금을 결제했다.

“차값이 3천만원 남짓인데 120만원 넘게 돌려받게 되더라고요. 카페 글을 안보고 그냥 계약했더라면 크게 손해 볼 뻔 했는데, 정말 다행이에요.” 흡족스런 표정의 김씨는 “차를 싸게 사게 돼 좋긴 한데, 카드사 수수료가 이 정도는 아닐텐데 어떻게 이렇게 많이 돌려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캐시백을 3% 넘게 해준다고요? 어떻게 가능한지, 돈의 출처가 궁금하네요.”

김씨 사연을 전해 들은 한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의 반응은 갸우뚱 그 자체였다. “자동차 회사에서 카드사에 주는 가맹점 수수료가 보통 1.5% 수준이고 아무리 많아도 2%를 넘지 않거든요. 뭐, 이용자에게 ‘받는 돈 이상을 돌려줄테니 우리 신용카드를 계속 써달라’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출혈 과당경쟁이어서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닌데….” 그는 자신의 회사에서는 신용카드로 차를 구매할 경우 포인트를 조건에 따라 구매 금액의 1~1.5% 적립해준다고 설명했다.

한 은행계 카드사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우리 회사도 (신용카드인지 체크카드인지) 결제 방식과 액수 규모 등에 따라 1~1.5%까지 캐시백 해주긴 해요. 그런데 3% 넘게 돌려주는 곳이 있다고요? 그게 가능한가요?”

‘그럴 리가’라는 카드사들의 공식적인 반응을 뒤로하고, 인터넷 검색에 나섰다. “최대 3%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담당자님과 상담 한번 해보시면 얼마나 어떻게 할인받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카드 한도 증액 등도 한번에 다 해결된다”며 기재된 연락처에 전화해볼 것을 권하는 글이 게시된 카페가 여럿이었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차값의 최대 3.5%까지 캐시백해준다는 인터넷카페에 오른 안내장.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차값의 최대 3.5%까지 캐시백해준다는 인터넷카페에 오른 안내장.
이 가운데 10월 기준으로 국민카드와(최대 3.5%)와 하나카드(최대 2.8%)로 결제하는 게 가장 유리하다는 안내 글을 살펴봤다. 국민카드의 경우 결제액에 따라 △1천만원 이상 1.8~2.5% △2천만원 이상 2.1~2.7% △3천만원 이상 2.1~2.8% 캐시백이 안내돼 있었다. 여기에 현대기아차를 구매하면서 2천만원 이상을 결제할 경우엔 0.5~0.7% 추가 할인이 제공된다고 안내됐다. 하나카드는 국민카드에 비해 캐시백 한도는 낮았지만 최저 캐시백은 1.9~2.3%(1천만원 이상)로 더 높았고, 중고차와 오토바이도 가능한 게 장점이었다.

또다른 사이트에 뜬 연락처로 연락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캐시백은 매달 약간씩 바뀌는데 10월은 국민카드 캐시백이 가장 많고, 자동이체와 가족통장 설정, 신규가입 등 여러 옵션들을 충족하고 현대기아차종을 선택할 경우 최대 3.5%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6개월간 매달 최소 20만원 이상 결제’ 전제 조건도 제시됐다.

그렇다면 카드사가 받는 가맹점 수수료의 최대 두배에 이르는 캐시백을 어떻게 고객에게 지급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카드모집인 수당에 있었다. 카드사에서 신규 모집자의 결제액에 따른 수당을 받는 카드모집인이 이 수당을 포기하며 신규 신용카드 가입자에게 결제액의 1% 전후를 지급하는 것이다. 한 인터넷카페에는 “일시불 결제하게 되면 원래는 2%인데 담당자님께서 추가로 더해주시니까 금액이나 차종에 따라 3%까지 적용되는 거예요”라는 솔직한(?) 안내 글이 떠있기도 했다.

결국 카드업계의 과당경쟁 또는 영업 압박이 상식 수준을 뛰어넘는 수준의 캐시백 지급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 경우 수수료를 포기한 신용카드 모집인은 뭘 먹고 살까? 한 카드사 직원의 설명이다. “건수가 많다면 모집인으로서도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 건당 받는 수수료는 포기하더라도, 일정 정도 이상 성과를 거두면 추가로 나오는 성과급이 꽤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카드모집인이 특정 자동차 영업점이나 딜러들과 비공식적인 제휴 관계에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인터넷카페를 통해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캐시백을 받기로 한 한 이용자는 “차 계약을 하면서 (영업점 딜러에게) 차 유리 선탠 등 몇가지 서비스를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할인도 많이 받으시면서’라는 답이 되돌아왔다”며 “고객정보를 공유하는 신용카드 모집인과 차 딜러가 공생관계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일 경우 추가 캐시백이 제공된다는 것은, 현대기아차 본사 또는 영업점에서 그만큼을 부담해준다는 의미일텐데, 이 경우 제휴한 자동차 딜러가 받는 성과급을 카드모집인과 나눌 수 있다.

종합해보면 영업 일선에서의 경쟁과 제휴가 불가능할 것 같은 할인을 가능케 하는 셈이다. 이는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마케팅은 아니다. 이 때문에 카드모집인들이 구매자들에게 자동차 회사나 카드사 본사 쪽에 캐시백과 관련한 입단속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본사의 묵인 또는 방조 속에서 신용카드 캐시백을 활용한 신차 구매는 점차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워낙 파격 혜택이어서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이런 시장의 확대는 단순했던 새차 판매시장의 다변화 성격도 가지고 있다. 정해진 차값에서 영업점이나 딜러로부터 어떤 추가 서비스를 받느냐에 따른 차이만 있는 사실상 ‘정찰제 시장’에서, 같은 차라도 어떤 창구와 결제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소비자가 부담하는 액수가 3% 이상 벌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부지런한 소비자들이 이득을 보게 된다.

이런 신축적인 가격대 형성이 당연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외제차 시장에서는 영업점이나 딜러들이 상당한 결정권을 가지고 가격 마케팅을 하는 게 당연시 되고 있기도 하다. 한 카드사 직원은 “자기 수당을 포기해가며 과감하게 할인해주고 대신 성과급을 두둑이 챙기는 외제차 딜러들이 상당수 있었고, 지금도 있다. 소비자로서는 언제, 어떤 조건으로 구매하느냐가 중요한데, 몇년 전 ‘폴크스바켄 배기가스 조작’ 사태 때는 17%까지 할인받아 폴크스바겐 차량을 구매한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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