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국은행에 대한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목청을 가다듬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내 은행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에서 담보인정비율(LTV)이 60%가 넘는 대출이 전체 주담대의 36%인 145조원으로 추산됐다. 대내외 경제 충격이 발생해 집값이 30~40% 가량 하락할 경우, 집을 내놓아도 대출을 모두 상환하지 못하는 과다 대출 차주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또 소득 감소나 금리 상승에 따라 빌린 돈을 제 때 갚지 못할 가구가 전체 부채 가구 10곳 중 한 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는 가계 부채에 대한 다양한 통계와 분석 결과가 담겼다. 기획재정위 위원들의 질의가 가계부채 문제에 쏠렸기 때문이다. 먼저 한은은 담보인정비율(대출액을 집값으로 나눈 비율)구간별 대출액을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담보인정비율이 60% 초과~70% 이하에 해당하는 대출액은 132조4천억원, 70%초과~80% 이하는 10조7천억원이었다. 담보인정비율이 80%가 넘는 대출액도 2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 위기와 같은 대내외 충격이 발생해 집값이 10% 정도만 하락해도 집을 대출 기관에 넘긴 뒤에도 빚을 갚지 못하는 가구가 있다는 걸 뜻한다. 금융당국은 담보인정비율이 60%가 넘는 대출이 비교적 위험한 대출로 보고 규제를 하고 있다. 담보인정비율이 규제 비율(30~70%·주택 위치 및 시기 등에 따라 상이)보다 훨씬 높은 경우는 대체로 금융당국이 해당 규제를 도입하기 전인 8~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에 대출 계약이 이뤄진 장기 대출로 보인다.
한은은 부실위험가구의 규모 변화를 보고했다. 부실위험가구란 한은이 가구의 소득과 금융·실물자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만든 가계부실위험지수(HDRI)가 100을 초과한 가구를 가리킨다. 부실위험가구는 2015년 3월 109만7천가구였으나 지난해 3월 현재 126만3천가구로 나타났다. 전체 부채 가구의 11.6%에 해당한다. 부실위험가구가 보유한 부채 규모도 해당 기간 동안 29조6천억원 증가했다. 이외에도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올해 6월 말 현재 388만1천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4천명 늘었고, 자영업자 대출도 지난해 말 현재 480조2천억원으로 1년 새 57조7천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감 현장에서 의원들은 규모가 크게 불어나는 등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진 배경에는 한은의 통화정책이 한 몫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정우·박영선(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주열 총재가 2014년 4월 취임한 이후 기준금리를 다섯번이나 내리면서 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이 총재는 “저금리 기조가 부채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는 경기 침체는 물론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 하락) 우려까지 불거지던 상황이었다”며 “성장과 물가 등 다른 변수를 종합적으로 내려진 결정이며, (금리 인하가) 성장과 소비 모멘텀을 만드는 구실을 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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