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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7년 전 “대출 억제”→현재 “소득 지원”…가계부채 대책은 진화중

등록 2017-11-15 18:32수정 2017-11-16 13:22

2011년 이후 정부 대책 변천사
2011년 사상 첫 종합대책 등장
부채 총량 중심 리스크 관리

2014년 ‘소득 비율’ 주목 진일보
최경환 규제 완화책에 물거품

2017년 “저성장 요인” 인식 전환
취약 차주 등 맞춤형 대책으로

과거 금융위가 대책 주도했지만
지금은 금융당국·국토부·한은 ‘합작’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2년 이후 14년 동안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464조원에서 1388조원(올해 2분기 기준)으로 924조원이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이 8%로, 같은 기간 연평균 경상성장률(5.6%)을 크게 웃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동안 정부 대책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2011년 가계부채 대책 첫 삽

지금은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떠올랐지만 10년 전만해도 그렇지 않았다. 정부는 2000년대 주택시장 호황으로 부채가 급증하는 와중에도 기업 대출과 가계 대출이 균형을 찾아간다거나 민간소비 확대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불러온 원인이 기업 대출 편중과 대규모 부실이라는 ‘기억’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우량 자산’이라며 주택담보대출을 공격적으로 취급했고, 금융당국도 우려를 드러내는 수준에서 머물렀다.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를 주시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사상 첫 ‘종합대책’(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6월29일)을 내면서다. 그 전까지만해도 관련 정책은 연체율 관리 등 은행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다뤄지거나 부동산 대책의 한 줄기로만 다뤄졌다. 당시 나온 대책은 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관리하고, 만기 일시상환식·변동금리형 대출 대신 균등상환·고정금리형 대출로 유도하는 것이었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를 잡고 상환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데 무게를 둔 대책이었다. 당시만해도 정부는 가계 금융자산이 금융부채보다 더 많다거나 가계부채가 소득수준이 높은 중산층 이상에 쏠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낮다”거나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과거로 회귀한 2014년

“이제 우리 손을 떠났다.” 2013년을 전후해 금융당국 간부들 사이에선 이런 말이 자주 나왔다.당시 가계부채 대책에 관여했던 금융감독원의 한 간부는 “은행의 자본비율을 끌어올리고 가계부채 증가속도도 어느 정도 잡았는데, 문제는 금융당국이 손을 쓰기 어려운 가계소득 부진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은 2014년 2월 대책에 반영된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속에 기존에는 찾아보지 못한 가계부채 관리 목표를 제시했다. ‘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핵심 관리 지표로 삼고, 이 비율을 3년 뒤(2017년)까지 5%포인트 낮추겠다는 내용이었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8.7%(2011년)에서 5.7%(2013년)로 떨어진 데 따른 자신감을 토대로 한 걸음 더 나간 대책이 필요했던 데다, 소득 하위 20% 계층의 부채가 급증하는 등 소득에 따라 부채 양상이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류는 불과 반년도 가지 못했다. 2014년 6월 최경환 부총리가 내정되자마자 나온 일성은 “한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대출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급기야 가계부채 정책은 부동산 경기 조절의 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같은 해 8월 대출 규제가 큰 폭으로 완화되면서 가계빚은 큰폭으로 늘었고, 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해마다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게 된다. 금융 관료들은 대출 규제 완화 조처를 마뜩찮게 여겼지만 ‘실세 부총리’의 뜻을 꺽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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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복병, 고령화와 저성장

최근들어 새롭게 부각된 이슈는 고령화와 저성장이 한 축이고, 또다른 축은 다중 채무자와 영세 자영업자 부채 문제였다. 전자는 주로 민간소비 부진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후자의 경우는 가계부채의 미시적 관찰을 통해 숨겨진 위험 요인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의 연구·분석이 활발해지면서 이런 내용이 정부 대책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지난달 24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첫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는 “가계부채는 민간소비 여력을 줄이고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라는 진단이 담겼다. 부채를 민간소비를 키우는 불쏘시개로 보던 전 정부의 인식과는 180도 바뀐 셈이다. 또 “가계부채는 금융·부동산·소비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어 금융 측면만 고려한 단편적 접근으로 해결에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 가계의 상환능력 제고를 위한 소득대책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강조점이다. 실제로 일자리 예산과 근로장려금(EITC) 확대, 아동수당 도입과 같은 소득지원 정책과 청년·신혼부부 대상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같은 주거비·의료비 등 생계비 경감 방안이 이번 종합대책의 핵심 과제 중 일부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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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가계부채 대책을 수립하는 당국자들도 달라졌다는 점이다. 2011년 첫 대책 때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마련했고, 대책 발표도 차관보급인 금융위 상임위원이 했다. 하지만 올해 대책은 기획재정부가 중심에 서고 금융당국과 국토교통부, 한국은행이 모두 참여해 만들었다. 대책 발표도 김동연 부총리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이슈 발굴부터 분석, 대책 마련까지 관계부처와 한국은행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머리를 맞댄 첫 대책”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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