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의 방향 자체는 완화의 정도를 축소하는 쪽으로 잡았지만, 고려할 요인들이 많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50%로 올리기로 결정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렇게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신중히’라는 단어를 여섯차례나 쓸 정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신중이라는 문구를 2009년 1월 이후 처음으로 넣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경기와 물가를 가장 중시하지만, 국제 경제 여건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도 봐야 하고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으므로 신중히 갈 수밖에 없다는 금통위 의견을 의결문에 그대로 반영했다”고 답했다.
특히 이 총재는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나 속도에 관해서는 “성장과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면밀히 점검해 가면서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내년에도 1~2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시장 전망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그런 기대가 적절한지 언급하는 게 부적절해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기준금리를 두번 올려도 여전히 완화적이다’라는 국제통화기금 한국미션단장 발언과 관련해서도 “이 자리에서 답변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며 답변을 피해갔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목표 수준이나 경로에 대해서도 “미리 사전에 정해놓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향후 경제전망과 관련해서 이 총재는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3% 내외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과 성장을 견인해온 반도체 시장에서 (공급 과잉기가 곧 온다는) 우려가 있다’며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시계를 길게 하지 않고 1~2년을 내다본다면 4차 산업혁명에 진입하는 속도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은 반도체 경기가 호조세를 이어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환율이나 수출경쟁력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도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금리 영향력도 예전만 못하다”며 과대평가를 일축했다.
경기비관론의 대표적인 논거인 정체된 임금 수준과 70%대로 낮은 제조업 가동률에 대해 이 총재는 “경기개선에 따라 임금도 차차 개선 추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가동률은 노후화돼 사용되지 않는 설비들도 가동 가능한 생산설비로 포함돼 지표상 문제가 있어 실제 가동률은 조금 더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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