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리트머스 시험지 기업들
처리 결단 모두 새해로 미뤄져
금호타이어 채권만기 한달 연장
중소조선사도 외부컨설팅 절차 추가
“금융-산업논리 균형” 정부 발표 뒤
채권단-노조·지역사회 ‘치킨게임’
처리 결단 모두 새해로 미뤄져
금호타이어 채권만기 한달 연장
중소조선사도 외부컨설팅 절차 추가
“금융-산업논리 균형” 정부 발표 뒤
채권단-노조·지역사회 ‘치킨게임’
새 정부 구조조정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불렸던 금호타이어와 성동조선 등의 처리 문제가 모두 해를 넘기게 됐다. 정부가 고용·지역경제를 고려한 새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했으나, 개별 구조조정 사안들은 되레 꼬이고 지연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24일 금호타이어 노사와 채권단의 말을 종합하면, 이 회사는 지난 12일 노조에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경영정상화 자구안’을 제시했으나 21일 노사 교섭이 30분 만에 결렬되는 등 파행만 거듭 중이다. 자구안엔 연간 임금총액의 30%인 958억원을 삭감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합의 불발 땐 희망퇴직 신청을 거쳐 191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이처럼 자구안 협상 파행 등이 이어지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오는 28일로 다가온 1조3천억원의 채권만기를 한달 더 연장하겠다고 22일 결정했다. 앞서 채권단은 가장 느슨한 구조조정 방식인 자율협약을 9월말에 개시하고 채권만기를 이달까지로 연장해뒀다. 석달간 실사를 거쳐 12월 안에 최종 처리 방안을 마련할 셈이었다. 하지만 만기 추가 연장으로 결국은 해를 넘기게 됐다.
산은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중국 공장을 파산한 중국 내 에스티엑스(STX)다롄조선에 빗대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잠정 실사 결과가 안 좋고, 노조도 임금 삭감 등에 반발한다”며 “자율협약이냐, 법정관리 전 단계인 피플랜(P-Plan, 초단기 법정관리)이냐를 두고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안팎에선 채권단과 회사가 구조조정 강도가 높은 피플랜을 전제로 노조에 자구안 수용을 압박 중이지만 실은 모두가 피플랜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채권은행들은 금호타이어 여신을 ‘요주의’로 분류해 20% 안팎의 부실 충당금을 쌓았으나 피플랜으로 갈 경우 충당금 부담이 많게는 70% 안팎까지 치솟을 수 있다. 금호타이어 총 부채는 2조7천억원에 이른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피플랜 돌입 시 산은은 추가 충당금 부담이 6천억원에 이를 수 있고, 노조도 임금·인력 감축 부담이 더 커진다. 또 영업 타격도 가늠하기 어렵다. 이해관계자들이 피플랜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연간 이자비용만 1200억원씩 나가는 회사에서 임금을 삭감해 958억원을 만들어내봐야 이자 내기에도 부족하다. 채권단이 임직원에게만 고통분담을 가중하고 강력한 채무재조정을 안 해줄 것 같으면 차라리 피플랜으로 가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앞서 성동조선과 에스티엑스조선 역시 처리 방안 결정이 새해로 미뤄졌다. 이들 기업은 잠정 실사 결과 퇴출 문턱에 섰지만,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산업 생태계 영향 등을 두루 살피는 외부 컨설팅을 추가로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 8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 회의)에서 ‘새로운 기업 구조조정 추진 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방안은 ‘금융-산업 논리의 균형’을 강조한다. 고용·지역경제 등에 영향이 큰 기업을 구조조정할 땐 재무적 회계실사 내용만 보지 말고 외부 컨설팅을 통해 산업 생태계와 업황 등을 폭넓게 살피란 얘기다.
이에 성동조선 노조는 산경장 회의가 열린 지난 8일부터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 앞에 천막을 치고 “고용·지역경제를 고려하라”며 보름 넘게 시위 중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도 “정부가 금융-산업 논리 균형이란 새 방향을 제시했는데, 우리도 외부 컨설팅을 해볼 만하다”며 “청와대 등에 청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새 구조조정 방향에 모호한 총론만 있다 보니 실행방안이 될 각론은 제각각 주장이 난무한다”며 “해를 넘기면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으로 구조조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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