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통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정부가 잇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가상통화 시장의 과열 현상은 여전하다. 이에 금융당국은 가상통화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해주고 있는 은행권에 대한 점검에 나서면서, 자금세탁 방지 의무 등을 지키지 않은 은행 및 임직원에 대해 엄중 조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지치지 않는 시장 과열 양상에 정부가 힘겹게 뒤杆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8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농협·기업·신한·국민·우리·산업은행 등 6개 은행에 대한 현장점검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범죄·불법 자금의 유통을 방지하는 문지기로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은행이 오히려 이를 방조하고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며 “(은행의) 가상통화 거래와 관련한 자금세탁 방지 의무 이행 실태와 실명확인 시스템 운영 현황을 중점 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은행들이 가상통화 취급업자(거래소)와의 거래에서 위험도에 상응하는 수준의 조처를 취했는지를 들여다보겠다. 은행들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훈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일부 은행에선 취급업자의 가상계좌 요청에 대해 평판 위험 등을 고려해 거절하는 등 내부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한 사례도 있다. 내부 통제를 제대로 못한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 은행과 그 임직원에 대해 문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원가성 자금을 유치하고 가상계좌 수수료 이득을 노리고 가상통화 거래자에 계좌를 열어준 상당수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징계선상에 오르내리게 되는 셈이다. 최 국장은 “위규 사실이 적발되면 가상계좌 제공 자체가 봉쇄되고, 기존 거래자들은 정리 매매(매도 거래만 허용한다는 취지)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지난해 12월28일 발표한 ‘
범정부 특별대책’에 포함된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거듭 ‘구두 경고’에 나선 것은 시장 과열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최훈 국장은 ‘시장 과열의 근거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비트코인의 경우 국내 시세가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시세보다 40% 더 비쌀 때도 있다. 이런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시장이 투기 과열 양상을 보인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 비트코인의 국내 시세는 이날 오후 3시40분 현재 1코인당 2만3375달러(빗썸 기준)로, 국제 시세(홍콩 바이낸스 기준) 1만7697달러보다 32.8%나 더 비싸다.
최 위원장은 정부 차원의 감시도 강화된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관계기관이 협력해서 가상통화 취급업소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시세조종, 다단계 사기, 유사 수신, 자금세탁 등 가상통화 관련 범죄를 집중 단속하고 엄중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