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케이비(KB)금융지주 사외이사 6명 가운데 2명이 연임하지 않을 뜻을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비금융 산하 노조들이 지난해 11월 주총에 이어 올해 3월 주총에서도 주주제안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어서 2개의 공석이 이른바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지렛대가 될지 주목된다.
9일 케이비금융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015년 3월에 처음 선임된 뒤 올해 3월23일 세번째 임기 만료를 맞는 6명의 사외이사들 중 2명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지난달 내부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비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최영휘·이병남 사외이사가 내부적으로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했으며, 6명의 사외이사들 임기가 동시에 시작되고 만료되는 상황에서 향후 ‘교차선임’을 원활하게 하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안다”며 “16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회의가 열리는데 순차적으로 정식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사외이사진은 최영휘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유석렬·이병남·한종수·김유니스경희·박재하 사외이사가 1년 임기로 지난 2015년 함께 선임돼 3연임을 이어왔고, 스튜어트 솔로몬 사외이사는 지난해 따로 선임돼 임기가 내년까지다. 6명은 지난 2014년 케이비 사태 후폭풍으로 사외이사 전원이 퇴진한 뒤 함께 선임돼 임기가 동일하다.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사외이사 임기를 최대 6년으로 정했으나, 케이비는 내부 규정상 최대 5년까지다.
이에 사외이사 자리에 2개의 공석이 발생하면서 노조가 오는 3월 주주제안으로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추진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의 민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지난달 민간 금융회사들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또 케이비금융에 이어 최근 신한금융과 우리은행 산하 노조도 우리사주조합을 지렛대로 근로자 추천 이사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앞서 국민연금공단은 케이비금융의 지난 11월 주총에서 노조 쪽이 추천한 하승수 사외이사 후보에게 찬성표를 던졌는데, 공단은 케이비금융뿐 아니라 신한금융·하나금융의 최대주주라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케이비금융 노조협의회 쪽은 “당시 하 후보가 금융회사 사외이사로 훌륭한 경력이 있는데도 녹색당 활동 이력 등이 부결에 영향을 미쳤다”며 “복수의 후보를 검토 중으로 이번엔 가결을 이끌어낼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 주총 땐 기존 사외이사 구성에 한명을 추가해줄 것을 요구했다면 이번엔 2개의 공석을 두고 경합하는 점이 크게 달라진 환경이다. 다만 사외이사후보추천위 한 위원은 사견을 전제로 “개별 기업이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하기엔 아직 사회적 합의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셀프연임’ 논란이 불거지며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검사에 나선 가운데 올해 3월 주총에서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28명 중 86%인 24명이 임기 만료를 맞게 돼 교체 폭이 주목된다. 앞서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도 “지배구조를 투명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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