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 한은 부연구위원 등 미국 특허출원 분석
“ICT 3차혁명 기술·혁신역량은 세계 정상급,
최근 10년 특허출원 급증 신기술은 부족”
“ICT 3차혁명 기술·혁신역량은 세계 정상급,
최근 10년 특허출원 급증 신기술은 부족”
특허출원 건수·활용도에 바탕해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기술(ICT) 혁명과 관련해서는 세계 정상급 기술과 혁신역량을 보유했으나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혁신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지홍 교수·서울대 석사과정 임현경·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정대영 부연구위원은 11일 공개한 ‘4차 산업혁명과 한국의 혁신역량: 특허자료를 이용한 국가-기술별 비교 분석, 1976-2015’ 논문에서 이런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교수 등은 1976~85년, 1986~95년, 1996~2005년, 2006~2015년 각 10년 단위로 40년 동안 미국 특허청에 출원한 실용특허 500만여건을 주요 15개국 별로 나눠 분석했다. 주요 15개국은 미국, 일본, 독일, 유럽연합(독·프·영 제외), 프랑스, 영국, 타이완, 한국, 캐나다, 스위스, 오스트레일리아, 이스라엘, 중국, 인도, 구 소련 등으로 전체 출원 특허의 99%를 차지한다.
우선 특허 건수에서는 네 시기 모두에서 미국과 일본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14위→11위→8위→4위로 갈수록 순위가 올랐다. 출원 건수뿐 아니라 기존 출원된 특허들이 나중에 다른 특허 등에 얼마나 인용됐는지(활용도), 즉 특허의 질까지 반영한 허쉬 지수(H-index)도 미국과 일본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고,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그 뒤를 이었다. 단 2000년대 들어 프랑스·스위스 등 유럽국가들의 순위는 떨어지고, 한국·타이완·이스라엘 등 신흥국들이 10위권 안으로 진입했다. 한국은 14위→13위→10위→8위로 최근으로 가까워질수록 순위가 상승했다. 특히 1996~2005년 특허출원 건수가 많은 상위 10개 기술부문에서 한국의 허쉬지수 순위는 미국, 일본에 이은 3위였다. 정대영 부연구위원은 “1990년대 이전까지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반도체, 다중통신 및 컴퓨터 그래픽 관련 기술분야가 1996~2005년 가장 많은 특허가 출원됐다”며 “정보기술혁명 등 3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산업 및 기술분야에서 한국이 세계 선두에 올라서며 혁신을 이끌어온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6~2015년 사이 특허출원 속도가 가장 빨리 증가한 10대 기술부문의 한국의 허쉬 인덱스는 11위에 그쳤다. 정 부연구위원은 “특허출원 속도가 빠른 상위 10개 기술부문은 1990년대 중반에는 하드웨어 위주 정보기술 관련 분야가,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소프트웨어 위주 정보기술과 생화학·제약 분야가 다수였다”며 “2000년대 중반 이후(최근 10년간) 출원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기술분야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라고 해석하면, 4차 산업혁명 관련 혁신역량은 그만큼 뒤처져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출원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주목받는 신기술이 될 가능성이 큰데, 최근 10년 사이 이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지홍 교수 등은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의 혁신역량이 정보기술 관련 특정 분야에 편향돼 있어 향후 4차 산업혁명 진전으로 기술 및 산업구조가 급변할 경우 혁신을 통한 경제발전이 더디게 진행될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혁신역량을 유지, 발전시키고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이행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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