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차기 회장에 김정태 회장이 단독 후보로 결정됨에 따라, 김 회장의 3연임이 확실시됐다.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3연임에 성공한 사례는 2010년 10월 중도 퇴임한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이 유일하다.
22일 오후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최종 차기 회장 후보에 오른 김정태 회장과 최범수 전 신한금융 부사장,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등에 대해 각각 1시간30분 가량에 걸친 프리테이션과 심층 인터뷰를 거쳐, 김 회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회추위는 회의를 마친직후, “김 회장이 그룹의 미래성장기반을 확보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의 전신인 서울은행 출신이다. 하나금융투자 대표(2006년 11월~2008년 3월)와 하나은행장(2008년 3월~2012년 3월)을 맡으며 하나금융그룹 수뇌부에 입성한 뒤 2012년 3월부터 한 번의 연임을 거쳐 6년째 하나금융 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오는 3월 주총에서 차기 회장에 확정되면 9년 연속 회장직을 수행하는 셈이다. 하나금융은 총자산(363조원·지난해 9월말 기준)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웃도는 공룡 금융그룹이다.
그동안 3연임을 향한 김 회장의 행보는 순조롭지는 못했다. 내부에 경쟁자가 없는 현실이 역설적으로 그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보였다. 금융당국 수뇌부는 잇달아 ‘셀프 연임’ 문제를 제기했다. 김 회장이 경쟁 후보군을 인사에서 배제를 하고, 회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선출에 직접 관여한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었다. 이달 들어선 금융감독원이 김 회장이 연루된 의혹에 대한 검사가 진행된다는 이유로 회장 후보 선출 일정을 늦출 것을 요구했지만, 김 회장 쪽이 이를 거부하면서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기도 했다.
앞으로도 김 회장이 넘어야 할 관문은 적지 않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하나금융지주 후보가 결정나면 적격성 검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 개입 논란’으로 잠시 보류된 아이카이스트 부실 대출 의혹과 채용비리 의혹 등에 대한 당국의 검사도 재개된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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