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3년 만에 3%대로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등 수출과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결과다. 다만, 4분기에는 9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했는데, 1.5% 성장이라는 깜짝 실적을 보였던 3분기 기저효과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25일 ‘2017년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속보)’ 자료를 내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분기에 비해 0.2% 감소했고, 연간으로는 전년에 비해 3.1% 성장했다”고 밝혔다. 연간 성장률 흐름을 보면, 2012년 2.3%, 2013년 2.9%에서 2014년 3.3%로 반짝 올랐다가 2015년 2.8%, 2016년 2.8%로 다시 내려앉았는데, 지난해에 다시 3%대로 반등했다.
지난해 성장률을 지출항목별로 보면, 설비투자가 14.6% 증가해 2010년(22%)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건설투자도 전년도(10.7%)에는 못미치지만 7.5% 늘었다. 민간소비는 2.6% 늘어 2011년(2.9%)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 정규일 경제통계국장은 “민간소비가 2015년~2017년에 각각 2.2%, 2.5%, 2.6%로 완만하지만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좋아졌는데, 한파로 의류나 도시가스(소비)가 늘어나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수출과 수입은 각각 2%, 7.2% 성장세를 이어갔다. 경제 활동별로는 서비스업 성장률이 2.1%로 부진했지만, 건설업과 제조업이 각각 7.2%와 4.2% 늘어 선전했다.
지난해 국내총소득(GDI) 성장률은 3.4%로, 5년(2012년 2.3%)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 국장은 “유가 영향이 컸다. 2016년 1월 유가가 저점을 찍고 (이후 오름세를 보이며) 교역조건 개선에 마이너스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국제 금융위기 때였던 2008년 4분기(-3.3%) 이후 9년 만이다. 이와 관련해 정 국장은 “10월 초에 장기 추석 연휴가 있었고, 이를 반영해 9월 조기통관, 선 구매 등이 있었다. 그래서 3분기 성장세가 좋았고, 그 기저효과가 있어 4분기 만을 떼놓고 보면 오독할 가능성이 있다”며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로는 -0.2%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3.0%다. 또 3분기와 4분기를 합한 하반기 성장률은 3.4%로, 상반기(2.8%)보다 높아 전체적으로는 견실한 흐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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