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윤리강령 선포식을 하고 있는 하나금융. 하나금융 제공 사진.
하나은행이 명문대 출신 지원자를 특혜 채용한 정황이 금융감독원 검사로 드러난 가운데, 해외대학 가운데선 유독 미국 위스콘신대 출신만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 시절 경제정책을 이끌던 실세들이 위스콘신대 출신인 탓이다.
2일 심상정 의원(정의당)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하나은행 2016년 신입행원 채용 임원면접 점수 조정현황’ 자료를 보면, 하나은행은 특정 대학 출신자 7명의 면접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 이렇게 합격한 지원자 가운데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국내 대학 3곳과 함께 해외대학으로는 유일하게 위스콘신대 졸업자가 포함돼 있다. 위스콘신대 출신 지원자는 면접점수 조작 전에는 3.90점을 받아 불합격 대상이었지만 조작 뒤에 4.40으로 점수가 올라가 최종 합격했다.
이를 두고 한 시중은행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한 부행장 출신 ㄱ씨는 “위스콘신대는 미국의 수많은 대학 중 하나로 특별히 주목할만한 학교는 아니다. 하나은행 쪽이 어떤 이유로 이 대학 출신 지원자를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시켰는지가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임원 ㄴ씨도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위축되면서 현지 유학생들이 국내로 돌아와 일자리를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졌지만, 아이비리그(콜럼비아대 등 미국 주요 명문대)도 아닌 위스콘신대 졸업자를 (하나은행이) 특별 우대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 이런 뒷말이 나오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 시절, 위스콘신대 출신의 실세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최경환씨(구속)와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조정수석을 연이어 맡았던 안종범씨(구속),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 박근혜 대통령 임기 말에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강석훈씨 등이 모두 위스콘신대 동문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는 “박근혜 정부 때 위스콘신대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장·차관을 하려면 위스콘신대를 나와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았다”고 말했다.
은행 채용비리를 검사한 금감원은 면접점수 조작의 배후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금감원 핵심 간부는 “검사 과정에서 하나은행 인사 담당자들은 단지 ‘글로벌 인재가 필요해서 뽑았다’라는 설명 외에 납득할만한 답변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그래서 관련 내용을 검찰에 이첩했다”고 말했다. 은행권 안팎에선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 금감원 검사에 비협조적이었던 하나은행 쪽 실무자들의 굳게 닫혀있는 입이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쪽은 “글로벌·지역인재·이공계 지원자 등을 우대하고 지원자 역량과 영업의 특수성 등을 종합 고려해 신입행원을 선발해왔다. (관련 의혹들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해 나갈 것”이라며 특혜 채용 사실을 부인했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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