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타자 보험사들이 웃고 있다. 자산운용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고객들과 나눠야 할 금리인상의 과실을 독점하고, 되레 보험료를 높여 제 배만 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 금리상승이 반가운 세가지 이유
보험사들이 유독 금리에 민감한 이유는 안정성을 우선시해 투자를 하다 보니 채권, 대출 등 이자가 수익인 이자부자산 투자 비중이 전체 운용자산의 75~80%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650조원)와 손해보험사(220조원)의 운용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시중금리가 1%p만 올라도 6조5천억원~7조원가량 수익이 증가한다.
또 금리가 오르면 고객에게 보험금 지급을 위해 준비하는 보증준비금을 덜 적립해도 되고, 과거 판매했던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보험의 이자 역마진도 줄어든다. 국고채 금리가 1% 오르면 보험업계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적립금은 연간 2조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금리인상은 보험계약자에게도 이익이다. 채권·대출·주식 등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예상수익률(예정이율)에 바탕해 보험료를 정하는데, 예정이율이 오르면 더 적은 돈으로 같은 수준의 보험금 지출을 충당할 수 있기에 보험료가 낮아진다.
시중금리 오르는데 보험료 낮추기는커녕
하지만 보험사들은 최근 금리인상 수혜를 독점하고 있다. 주요 보험사들 예정이율은 △2015년 3.25~3.50% △2016년 2.75~3.25% △2017년 2.5~3% △2018년 2.5~3%로 낮아졌다. 반면에 보험사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고채(20년) 연평균 금리는 2015년 하반기 2.4%에서 2016년 상반기 1.91%, 하반기 1.74%로 낮아지다가, 2017년 상반기 2.28%, 하반기 2.4%, 2018년 상반기 2.55%로 오름세였다. 시중금리는 2016년 7월 이후 상승세인데, 보험료 책정 기준은 되레 0.25% 낮아진 것이다.
지난해 보험개발원 시뮬레이션 자료를 보면, 예정이율이 3.25%일 때 40살 남성이 1억원짜리 종신보험(20년 납)에 가입할 경우 월 보험료가 21만5846원이었는데, 예정이율을 2.5%로 0.75%p 낮추면 보험료는 26만1093원으로 21% 뛰었다. 40살 여성은 18만2602원에서 22만8916원으로 25% 이상 올랐다. 실제 보험료는 예정이율을 바탕으로 보험사가 정한 사업비와 손해율을 더해 정해지는 만큼 일률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최근 2~3년 새 보험료는 20% 이상 인상된 것으로 보인다.
자율화의 그늘? 당국 “딱히 할 말 없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10~20년 이상 장기간 보장하는 만큼 예정이율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한다. 맞는 말이긴 하다. 문제는 금리가 낮아지던 2014~2016년에는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지켜보지 않고 해마다 예정이율을 내렸다는 점이다.
저축보험·연금보험·보장성보험 등 금리연동형 보험상품에 적용되는 은행의 예금이율과도 같은 공시이율은 시중금리 흐름에 따라 그때그때 조정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다. 시중금리는 최근 4~5개월 사이 0.5%포인트 이상 올랐는데, 공시이율은 일부 보험사들이 올해 초 저축보험 0.1%, 연금보험이 0.05%가량 찔끔 올린 게 전부다. 공시이율이 오르면 고객이 받아가는 보험금·해지환급금이 늘어난다.
같은 보험인데도 2~3년 새 보험료가 급격히 오르고, 시중금리 인상의 과실도 보험사가 독차지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안보인다. 금융위 보험과 권기순 사무관은 “예정이율은 각 사가 알아서 정하고, 당국은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게 할 뿐이다. 그런데 예정이율이 모든 보험사가 동일한 것도 아니고, 현재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 오홍주 보험감리국장은 “예정이율은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것이라 딱히 언급할 게 없다”면서도 “보험사들이 과거 공격적으로 영업하면서 예정이율을 올렸는데, 이제는 국제회계기준 도입 등으로 자본적정성을 강화해야 해 일정 기간 예정이율을 낮춰갈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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