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뒤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가 제조업에서 금융·부동산으로 옮겨가고, 최근엔 신기술 확보를 위한 지분투자가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네이버의 일본 홈로봇회사 윈클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 무게추가 제조업에서 금융·부동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서는 신기술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등 지분투자가 많이 증가하고 있는데, 수출 감소 등 부정적 효과도 발생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이용대 과장·최종윤 조사역은 12일 발간한 ‘BOK이슈노트 : 최근 해외직접투자의 주요 특징 및 영향’ 보고서에서 “최근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가 크게 활성화한 가운데 투자업종, 목적, 형태 측면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투자 규모는 2016년 사상 최대치인 352억달러에 달했는데, 지난해 상반기에는 반기 최고치인 236억달러를 기록했다. 업종별로 봤을 때 금융·부동산업 투자가 급증하고 제조업은 정체·감소 상태인 점이 눈에 띄었다. 이 과장 등은 “2011년 13%에 불과했던 금융·부동산업 비중이 2016년에는 37%로 많이 늘어났고, 금액도 같은 기간 37억달러에서 130억달러로 약 3.5배 증가했다”며 “반면 2000년대 중반 50%를 넘던 제조업 투자비중은 2016년 22%로 낮아졌고, 금액도 101억달러(2011년)에서 78억달러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자산가격 상승 기대가 확산하며 국내 연기금과 금융기관 등의 해외금융투자 유인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됐다. 지역별로는 금융·부동산 투자의 48%(61억6천만달러)가 미국에 집중됐으며,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만군도가 20.4%(26억4천만달러)로 뒤따랐다. “중국의 자급률 상승 등으로 중간재 수요가 감소한” 것이 제조업 해외직접투자 감소의 한 요인이었다.
자료: 한국은행 ‘최근 해외직접투자의 주요 특징 및 영향’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목적별로 보면 현지시장 진출 목적의 투자가 급증하는 대신 저임금 활용을 위한 투자는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시장 진출 목적의 제조업 부문 수평적 투자는 2003~2009년 누적 기준 157억달러에서 2010~16년 350억달러로 증가했는데, 최근엔 중소기업들의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대기업들의 해외투자액은 2010~13년 연평균 42억8천만달러에서 2014년 37억3천만달러, 2015년 37억7천만달러, 2016년 39억3천만달러로 감소·조정세를 보인 반면, 중소기업은 2010~13년 연평균 6억3천만달러에서 6억8천만달러, 9억6천만달러, 11억5천만달러로 해마다 증가했다. 이 과장은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에서 동반진출이 확대되고 있는데 대기업들이 먼저 들어가고 이어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이 진출하고 있는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1~15년 누적 75억달러였던 지분인수 투자가 2016~2017년 상반기 112억달러로 많이 증가한 것도 시선을 끌었다. 삼성전자의 미국 전장전문기업 하만 인수, 네이버의 일본 가상 홈로봇회사 ‘윈클’ 인수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런 해외직접투자 트렌드의 변화는 국내 연기금·금융기관의 투자수익률 제고, 해외판로 확대, 글로벌 경쟁력 향상 등 효과도 있지만, 이면에 자산가격 변동 때 손실발생 우려 등 부정적 효과도 있었다. 아울러 이 과장 등은 “해외직접투자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으로까지 확대됨에 따라 국내 고용·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산업 공동화를 방지하기 위해 해외진출업체의 국내 복귀 지원정책 효율성을 제고하는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