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인덱스-원달러 환율 흐름 비교
“지난해 8~10월 북핵리스크 최고조기
달러가치 떨어지는데 원화도 약세 보여
11월부터 달러약세-원화강세 동조흐름”
“지난해 8~10월 북핵리스크 최고조기
달러가치 떨어지는데 원화도 약세 보여
11월부터 달러약세-원화강세 동조흐름”
달러인덱스(달러가치)와 원·달러 환율은 동조해서 움직이는 게 보통이지만, 지난해 7월 말~10월에는 전혀 반대로 움직였다. 북핵리스크 때문에 달러가치가 떨어지는데도 원화도 약세를 보여 환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일보다 4.4원 내린 1097.0원으로 개장했다. 한편 코스피는 이틀째 상승하며 2540선을 회복했다. 이날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환율, 코스피 정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개입과 조작 사이 환율의 정치경제학
환율, 당국 개입에 일시 조정 이뤄지지만
기재부·한은 개입방식과 규모는 베일 속에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결정할 수밖에 없어
환율조작 시도했다가 10조 손실 ‘흑역사’도
지난 1월8일 원-달러 환율이 요동쳤다. 오전 10시26~27분께 1060원대가 무너지더니, 곧바로 반등해 10시36~37분께 1069원까지 올랐다. 10분 만에 원화값의 1%(10원)가 출렁거린 셈인데, 3년2개월 만에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하자 당국이 나섰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었다. 하지만 외환당국인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개입이 맞긴 한 걸까? 개입했다면 어떻게 움직였을까?
■ 당국의 시장개입은 철저한 비공개
정부가 외환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당국자가 환율 움직임에 의견을 밝혀 시장참가자들의 기대가 변하도록 해 환율에 영향을 주는 ‘구두개입’과 당국이 직접 외환시장에 뛰어드는 ‘시장개입’이 그것이다. 말(구두개입)로 해서 안 되면 원화를 풀어 달러를 사거나, 달러를 풀어 원화를 사는 식의 행동(시장개입)에 나서는 셈이다.
기획재정부(국제금융국)와 한국은행(국제국)은 외환시장 동향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면서 시장개입 필요성과 정도를 논의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베일 속에 싸여 있다. 시장개입 방식과 규모도 마찬가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국도 금융기관을 통해 거래에 나서는데, 해당 금융기관과도 비밀준수 계약이 돼 있어 관련 내용이 새나갈 수 없고, 만약 그랬다간 해당기관은 영원히 퇴출당할 것”이라며 “갑작스레 (시장흐름과) 반대 물량이 나오면 외환딜러들끼리 서로 주문한 물량이 있는지 확인해본 뒤 (그런 게 없다면) ‘당국이 개입했구나’라고 추정할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입의 정도에 따라 강하게 충격을 줘 단기적으로나마 흐름을 확실하게 반전시킬 수 있고, 하락이나 상승 정도를 완만하게 조정하는 수준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10분 새 10원이 뛴 8일 사례는 전자에 해당하는데, 이럴 경우에는 금융기관들의 ‘숏커트’(당국 개입으로 환율이 반등하면 직전에 달러를 팔았던 금융기관들은 손해를 보게 되는 만큼 이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달러를 매입하는 것)도 반등세에 힘을 보태게 된다.
■ 환율 개입과 조작, 구분 기준은
시장에 개입하려면 실탄(돈)이 필요한데, 기재부는 외국환평형기금을, 한국은행은 외환보유고를 활용한다. 외국환평형기금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해 조달하는데,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 원화표시 외평채 12조원, 외화표시 외평채 10억달러(약 1조원) 발행안을 포함시켰다.
국회 통과가 필요한 외국환평형기금에 비해 외환보유고를 활용하는 한은은 운신의 폭이 넓지만, 실제는 더욱 조심스럽다. 자칫하면 환율조작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국 기업의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환율(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억지로 유지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시장개입은 외환시장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환율이 결정하도록 하되 일시적인 수급불균형이나 시장 불안 심리가 확산하는 경우 환율변동 속도를 줄이기 위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을 뜻한다.
하지만 내심의 의사와 별개로 당국이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마찬가지인 만큼, 제3자가 보기엔 구별이 쉽지 않다. 실제 미국 정부는 지난해 외환보유고가 많은 한국과 중국·일본·타이완 등을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미국 정부는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중앙은행 외환 순매입액 2% 이상 등을 동시에 충족하면 환율조작국으로 보는데, 이 때문에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가 179억달러로 전년도(232억달러)에 비해 줄어들자 통상당국이 되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 환율조작 미수의 대가, 10조원 손실
한국 정부로서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의심에 억울해하지만, 실제 조작을 시도하기도 했다. 2003~2004년 재정경제부 최중경 국제금융국장이 원화절상(환율하락)을 막으려 시도한 게 대표적이다. 최 국장 주도로 당시 정부는 역외차액선물환시장(NDF)에 들어갔다가 무려 1조8천억원의 손해를 봤고, 방어에 실패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떨어져(1192원→1035원) 입은 환차손도 5조원이 넘었다. 결국 그해 외국환평형기금의 당기순손실은 10조2205억원에 달했다. 환율조작 시도는 미수에 그쳤지만, 무려 10조원 손실이라는 대가를 치른 것이다. 최 전 국장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직후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복귀해 당시 강만수 장관과 더불어 또다시 고환율 유지 정책을 폈다.
외환당국 한 관계자는 “당시 한국은행이 인위적인 시장개입에 반대하자 재경부가 홀로 움직였다가 그런 결과를 초래했다. 현재는 기재부와 한은 의사소통에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 시장경제 아래서는 환율도 시장이 결정하고, 시장과 싸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