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가운데 지난해 가계부채가 145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부가 공언한 ‘8%대 증가율 관리’ 목표는 달성했지만 여전히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내놓은 ‘2017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가계신용) 잔액은 1450조9천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108조4천억원(8.1%) 늘었다. 2015년과 2016년 가계부채 증가분이 각각 117조8천억원과 139조4천억원인 데 견주면 줄어든 규모다. 한은이 집계하는 가계신용은 은행과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각종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에다 신용카드 사용액까지 포괄한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와 관련해, 두드러지는 점은 은행 신용대출 등 비주택담보대출(기타대출)이 21조6천억원이나 늘어 196조5천억원에 달했다는 점이다. 종전까지 비주택담보대출 증가분 최고치는 2008년 15조9천억원이었다. 이날 문소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따라 (풍선효과로) 신용대출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신용대출 때 은행들이 용도를 조사하지는 않는 만큼 정확한 답변을 주기는 어렵다. 다만 지난해 4월 영업을 시작한 인터넷은행 대출(5조5천억원) 등이 더해진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며 “최근 10년간 평균 가계대출 증가율이 8.2%임을 고려해 8% 내외 증가로 연착륙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절대 규모는 늘었지만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낮춘다는 정책 목표가 나름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하지만 한은 쪽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성장과 금융안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지난해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5.5% 정도로 추정되기 때문에 가계부채 증가율이 여전히 더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2분기 이후 가계부채는 매달 10조원가량씩 늘고 있는데, 소득 증가율 이내로 관리하려면 가계부채 증가분을 6조~7조원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지난 20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스위스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 계약 서명식 뒤에도 이 총재는 특파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웃돌지 않게 하려면,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8.1%)보다는 낮춰야 할 것”이라며 좀 더 엄격한 가계부채 관리기준 적용을 강조했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부터 가계부채 증가폭이 둔화하는 쪽으로 흐름이 잡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소상 팀장은 “해마다 4분기 증가율이 높은 편이었는데, 지난해에는 3분기(31조4천억원)와 4분기(31조6천억원)에 별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가계부채 증가세가 본격화한 2014~2016년 4분기에는 3분기보다 가계부채 증가액이 5조~7조원가량 더 많았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