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30일 금융통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는 이주열 총재.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오전 이주열 한은 총재 주재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5% 수준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날 금통위 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했다. 경기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미국의 거센 통상압박 등으로 경기전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다, 물가흐름도 금리인상에 나설 정도로 오름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엔 여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얘기가 나오면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 옅어졌다.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자(추경)는 상황에서, 한은에서 돈줄을 죄면(금리인상) 정책이 상충해 서로의 정책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이날 금리동결로 한-미 사이 금리역전은 기정사실화됐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는 1.25~1.5%인데, 다음달 열릴 예정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5~1.75%로 인상되는 게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금리가 더 낮아지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있다. 외국인 투자는 투자대상 국가의 경기전망, 환율 등에 더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정책금리가 약간 차이 난다는 이유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작지만,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커 향후 한은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횟수는 올해 2~3차례에서 3~4차례로 인상 속도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한국의 경제상황은 기준금리를 여러차례 인상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3월31일 임기 만료를 앞둔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마지막 금통위 회의를 주재하는 소감을 묻자 “통화정책을 얘기하는 자리”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 총재는 3월8일과 29일 두차례 더 금통위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지만 이때는 금융안정 등을 점검할 뿐 기준금리를 결정하지 않는다. 흰 셔츠에 파란색 넥타이를 맨 이 총재는 유난히 환한 표정으로 회의장에 들어서, 주변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아니면 연임 통보라도 받은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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