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씨티은행 본점.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해 은행들이 금리상승기에 예대마진이 확대되고 대출 부실이 줄면서 11조원 넘는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감독원이 국내 은행 19곳의 경영실적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은행의 순이익은 11조2천억원에 이른다. 한 해 전인 2016년 순이익 규모는 2조5천억원에 그쳤었다. 은행들이 순이익 규모가 1년 만에 4배 남짓 불어난 것이다. 2011년(14조5천억원) 이후 최대 실적이기도 하다. 대출이자와 예금이자 간 차이가 반영되는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된 데다 대출 부실이 줄어들면서 대손처리에 들어간 비용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다. 은행들은 2016년 조선업 구조조정 당시 부실 채권을 대거 손실처리한 바 있다. 지난해 대손비용은 7조2천억원으로 한 해 전(12조7천억원)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자산의 질도 개선됐다. 석달 이상 연체된 대출을 포함하는 ‘고정이하여신’을 총여신으로 나눈 비율을 뜻하는 ‘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 1.18%로, 한 해 전보다 0.2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대출 채권 1만원 중 118원 정도만 부실 채권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가계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0.24%로 한 해 전보다는 0.04%포인트, 두 해 전보다는 0.11%포인트 낮다. 가계대출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부실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은행들이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 중심으로 돈을 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자본적정성 비율도 양호하다. 국제결제은행(BSI) 기준 총자본비율은 15.21%로 한 해 전보다 0.40%포인트 뛰었다. 은행법상 금융당국이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기준(적기시정조처)인 8%는 물론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1등급 기준(13.5%)마저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오승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전반적으로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고 있는데다 올해도 금리 상승에 따라 영업 여건이 꾸준히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혁신 성장 생태계 구축을 위해 은행들의 자금중개 기능 강화에 감독 정책의 무게를 두겠다”고 밝혔다. 대출 여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스타트업 기업과 같이 위험성은 있으나 성장성은 기대되는 중소기업 쪽에 돈을 적극 빌려주라는 취지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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